학생·교수 함께 ‘속 깊은’ 학과 공부·학술제로 연대의식 높여

#누가 학회를 죽었다고 말하는가
학과 학생들이 모여 전공 학문을 공부하는 전공학회가 최근 학생과 교수의 노력으로 차츰 되살아나고 있다. 취업 중심의 공부와 개인주의로 인해 90년 이후 학회가 완전히 침체됐다는 외부의 우려나 오래전 자취를 감춘 교양학회의 문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비록 그 수는 적지만 예전의 명맥을 잇는 전공학회들은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이다.

#전공학회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
전공학회 부활의 대표적인 경우인 중어중문학과 학회는 심소희 교수(중어중문학 전공)의 주도 하에 학생·교수의 참여로 침체 위기를 딛고 회생했다. 이는 2002년 심소희 교수가 원어연극회·지역학연구회 등의 각 학회에 지도교수를 배정하는 등 학회 살리기에 힘을 기울인 덕이다.
타대학의 전공학회를 살려낸 원동력 역시 학생들의 자발성이었다. 연세대의 정치경제학회 ‘목하회’에서 활동 중인 오현석(법학·3)씨는 “순수하게 학문적 흥미를 쫓아 참여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학생운동의 중심축 역할을 하던 예전 학회의 상황과 다르다”며 “참여인원은 비록 소수지만 학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들 전공학회는 학과 수업에서 배울 수 없는 전공 학문의 최신 경향까지 다루고 있다. 사회복지학과 SYMPO(심포)의 경우 수업에서는 듣지 못하는 학생들의 자원봉사 경험담을 나눈다. 또한 사회복지학의 실질적인 흐름 등을 자체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심포는 17일(수)에 사회복지학 발달사를 주제로 최초의 사회복지학 박사·최초의 사회복지학과 졸업생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학술제를 열 계획이다.
이외에도 철학과 필로소피아(Philosophia)·법학과 민법 헌법 학회·언론홍보영상학부 광고홍보학회·경영학과 한국상경학회·환경학과 기상학회 등이 활동하고 있다.

#전공 지식도 쌓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이들 모임은 전공학회만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대부분의 학회 회원들은 밀도 높은 전공 공부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물리학과 학술부장 장소영(물리·3)씨는 “학기 중의 세미나와 학술제 준비, 방학 중의 스터디뿐만 아니라 초끈이론 등 주제별 연구 활동을 통해 심도있는 전공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때 6명에 불과했던 물리학과 학술부는 지난해 2명의 교수가 학회 지도를 맡은 이후 20여명의 학생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요즘 13일(토)로 예정된 포항공대와의 연합 학술제 준비로 분주하다.
이와 함께 전공학회는 학과의 구심점 역할도 맡는다. 정치외교학과 국제정치학회장 오예진(정외·3)씨는 “학회활동을 통해 과 학생들 간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소희 교수는 “인원이 많은 중문과의 경우 선후배 간의 친밀감을 쌓는 데에 학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전공이 즐거워지는 지혜를 발견하는 학생들
사회복지학과 심포 회장 구미정(사복·3)씨는 “‘학회’라고 하면 흔히들 딱딱한 모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전공학회는 즐거운 전공 공부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심포에 들어온지 갓 두 달을 넘긴 진유리(사복·2)씨는 “단순한‘지식’보다는 나만의 관점으로 전공 학문을 바라보는‘지혜’를 얻고 싶다”며 학회 활동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정치외교학과 국제정치학회에 참여하고 있는 박유선(정외·2)씨는 “세미나와 학술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공 학문에 대한 재미를 저절로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물리학과 학술부를 지도하는 조월렴 교수(물리학 전공)는 “학회도 학교 간 커뮤니티를 형성하거나 외국 대학과의 교류를 통해 전공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과 경험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심포를 지도하고 있는 정순둘 교수(사회복지학 전공)는 학회에 대해 “자신이 관심있는 학문을 스스로 파고들며 깊게 공부하는 공론의 장”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그는 “학회라는 자리를 통해 전공 안에서 다양한 주제를 찾아 연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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