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외국에 나가 서양학문을 배운 여성은 누구일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과감히 도전했던 근대 여자 유학생 3인의 파란만장 에피소드를 살짝 들여다보자.


근대적 의미의 최초 여자 유학생은 박에스더(1876~1910)다. 이화학당 재학 당시 만난 홀 부인의 의료보조로 일하다 1895년 미국으로 유학, 한국여성 최초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미신적 치료방법이 성행한 고국에서 의료사업·계몽사업을 하며 일생을 보냈다.


나혜석(1896~1949)은 1913년 동경의 미술학교에서 공부한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였다. 그는 글솜씨도 인정받아 1927년부터 2년간의 유럽여행을 통해 유럽의 풍물과 사회구조를 견문하고 ‘구미유기’를 썼다. 이는 유길준의 ‘서유견문’과 더불어 당시의 서양 사정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나혜석은 기존 여성관을 과감히 거부한 자유로운 연애와 이혼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이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서술한 ‘이혼고백서’를 통해 남성우위 사회상과 인습을 맹렬히 비판했다.


윤심덕(1897~1926)은 최초의 여성 국비유학생·최초의 여성성악갇최초의 대중가수 등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달았던 여성이다. 자유 연애 사상 소유자였던 그는 일본에서 유부남 극작가 김우진과 열렬한 사랑에 빠져 동거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두 연인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비관, 고국으로 가는 배 위에서 서로를 껴안은 채 현해탄을 뛰어내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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