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연수·자격증 유학 증가 추세

통계청에 따르면 유학 목적으로 한국을 떠난 사람은 98년도 10만8천여명∼02년도 14만5천여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대외 송금액만도 3억달러를 넘은 가운데, 이들은 어떠한 이유로 한국을 등지고 유학행을 선택하는 것일까.


유학·어학연수를 떠나는 목적에 대해 우리 학교 김우식 교수(사회학 전공)는 “유학이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도구적 가치 때문이다”며 “이는 한국 사회가 ‘간판 사회’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흔히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기 어려울 때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자료로서 학위가 사용된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가지 못한 2년제 대학생의 경우 이런 생각이 더욱 강하다. 부천대학 김재훈(신문방송·2)씨는 “얼마 후면 졸업인데 솔직히 막막하다”며 “4년제 졸업장이 없으면 해외 학위증이라도 있어야 먹고 살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2001년 중앙인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5년 간 국내 대학 교수 임용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외국 박사학위 소지자다. 외국 박사학위를 가져야 교수가 되는 틀이 유지되는 한, 해외 유학 러시는 계속 될 것이다. 이는 국내 학문의 자생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대학생들을 해외로 떠나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취업으로 인한 영어 문제 때문이다. 갈수록 늘어가는 대졸 실업률은 대학생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취업에 필요한 요소가 많이 있지만 영어는 그 중에서도 필수다. 대부분의 기업은 공인영어점수(TOIEC)가 일정점수 이상이 돼야 지원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토익 점수가 변별력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자체 영어시험(G-TELPⅡ)를 실시한다. LG전자는 모든 직원이 10월부터 해외 법인과 공유하는 공문서, e-메일을 모두 영어로 작성하기로 했다. LG전자 최준희 대리는 “이같은 정책 하에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부터는 영어 구사능력을 더욱 중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어 문제의 해결 외에도 취업에 직접 도움이 되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유학을 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성균관대 정호준(가족경영·4)씨는 “평소 하고 싶었던 디자인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 미국에서 ‘visual art’과정을 이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 1~8월 중 유학목적의 출국자는 14만8천565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1.9%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연수목적 출국자는 13만8천565명으로 24.7% 증가했다.


지난 9월 코엑스에서 ‘제 19회 해외 유학, 어학 연수박람회’를 주최한 한국전람 김문섭씨는 “예전에는 단순히 랭귀지 스쿨·코스 위주였지만 요새는 호텔·요리·디자인·미술·항공·건축 등 다양한 방면에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코스가 많이 선보이고 있다”며 유학 목적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획일적인 인재 공급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직종을 충족시키지 못해 ‘자격증 유학’이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받는 것이다.


그러나 유학·어학연수가 반드시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호주에서 어학연수를 한 노은주(경기도 광명시·24)씨는 “방학을 이용해 나가니 관광객이 너무 많아 분위기가 산만할 뿐 아니라 영어는 뒷전이고 한국 학생끼리 놀기만 했다”며 친목이 목적이 된 어학연수 기간을 아쉬워했다. 유학은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 유학원 관계자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해외 연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많은 대학생들이 해외로 향하고 있다. 혹시 자신이 취업난에 눈이 멀어 이러한 추세에 맹목적으로 편승되고 있진 않은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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