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마침 TV에서는 성매매 단속 강화에 관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뉴스를 지켜보던 한 친구가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성매매를 없앤다는 게 말이 돼? 일본에서는 저게 10대 산업 안에 든다고, 10대 산업!”

여성의 성을 사고파는 행위는 당연히 필요악이 아닌 사회악이라고 믿고 있었던 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 자리에 있던 여자 친구들 마저도 그 말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는 사실이다. 어느새 여성들까지도 ‘남성의 성욕은 절제할 수 없는 것이다’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에 세뇌돼 버렸나 보다.

우리 사회는 성매매가 살인이나 강도같은 다른 범죄에 비해 ‘더’ 보편적이고 ‘덜’ 반사회적이라는 논리로, 성을 사고파는 행위를 용인하고 있는 듯 하다.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는 어른들의 말이나 기업에 만연해 있는 성접대 문화는 우리가 남성의 성욕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 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남성의 성욕은 침해할 수 없는 특수 영역이고 여성은 이러한 남성의 욕구를 받아주는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 왜 당연한 일일까.

이렇게 관습처럼 이어져 내려온 이 특수한 도덕 불감증은 과감하게 깨뜨려야 마땅하다. 이러한 시점에 정부가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성매매 근절에 앞장 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성매매가 음성적으로 계속되는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수요가 있는 한 성매매 근절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매매 특별법은 단속만으로 그 끝을 맺은 것이 아니다.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성매매 여성의 ‘탈 성매매’를 지원하는 정책을 보완해간다면 정책적인 문제는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의식의 변화다. 성매매는 단순히 돈을 주고 섹스를 사는 ‘구매 행위’가 아니다. 돈으로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려는 사람과 자신의 몸을 내어줄 수밖에 없는 사람 사이에는 약자가 감수해야만 하는 폭력성이 내재돼 있다. 성매매 안에 존재하는 폭력성을 직시한다면 그것이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음은 당연한 귀결이다. 성매매의 댓가로 지불한 지폐 몇 장이 결코 그들의 행위를 합리화시켜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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