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래한마당에 즈음하여」

「공주는 양공주, 기생은 관광기생, 처는 현지처」웃지못할 여성소외사회의 노래란 사랑·이별만을 읊고있는 여성상품화의 또하나의 무기이다.

17일(토)~18일(일) 양일간「한국여성 민우회」와「노래를 찾는 사람들」주최로 열린 여성노래한마당「가자, 우리 모두 노래가 되어」는 이러한 노래를 깨뜨리고 노래말, 오선지마다에 여성들의 시름과 고통을 담아 내고자 한 이 땅의 피억압 절반인의 열망의 모음이었다.

또한 인간해방을 위한 건강한 여성 노래 보급의 첫자리로써 동시에 문화운동내에서 일기 시작한 여성 노래운동의 사실적 시발이라는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미80년부터 여성노동자, 여성농민, 사무직여성 등에 대한 여러 장르의 공연으로 여성현실을 알려 왔으며, 이번 공연에서도 나약하고 무력한 여성이 아닌 주체적인 여성으로 현실에 참여하는 여성상을 노래로 표현 하고자 했다.

네 마당으로 구성된 공연에서는 현실의 여성문제를 주제로 한 총 16곡의 노래가 소개되었다.

「아느냐 너희들은 내딸들아 / 허리잘린 이 강산 여자된 딸들아」로 시작하는「아느냐 내 딸들아」는 역사에 짓밟혀온 여성들을 그렸으며,「카피카피아가씨 / 사무실의 꽃으로 남아라 / 귀여운 여자가 되려면 / 사랑받는 여직원이 되려면 / 돌아서선 쓸개를 씹을지언정 양순해라 참어라」(카피카피아가씨),「일할 의무만을 던져주고 / 일할 권리는 빼앗아 갔네 / 나는 일이 필요해」(일이 필요해),「여자는 학교에선 바보 바보 / 여자는 일터에선 바보 바보 / 여자는 광고에선 인형 인형 / 여자는 일터에선 반값 반값」(암탉이 울면알을 낳는다) 등은 사회 구조적 모순·사회적 노동착취와 여성불평등을 담았고, 가사노동과 탁아법에 대한「탁아소 없는 나라」,「일터로 가는 길」·「고사리손 꼬옥 잡고서 어린남매 가는구나」, 여성해방을 일깨우는「작은 풀에도 이름있으니」,「가자, 우리모두 노래가 되어」등 여성이 묶여있는 3중고 민족·모순·사회구조·가사노동이 노래로 형상화되었다.

노래의 내용은 풍자성이 강하고 농민·매춘여성·사무직여성·이 시대의 어머니 등 여성문제에 대한 총체적 시각으로 사회가 안고있는 모순을 명쾌히 다루고 있다.

또한 곡이 친근한 점은 대중적 이점이라 하겠다.

여성문제, 즉 여성의 일상적 사회문제, 일상의 정서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출해 낼 수 있는 이점을 노래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성노래의 보급과 발전의 필연성은 이미 전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운동이 활발했던 80년대 중반까지도 문화운동에서 소외되어 왔던 여성노래운동은 후반기에 들어오면서야 전래되기 시작해 아직까지도 여성운동의 성과는 충분히 반여하지 못했고, 일상생활의 단편적인 삽화나 반어적인 풍자와 한탄조, 폭로성, 지나친 피해의식 표출 등으로 여성문제를 흑백논리로 단순화시킨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여성문제를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로써 파악하고 독자적인 위치를 다지는 것이 지금의 여성노래운동의 당면과제라 하겠다.

이런 점에서 여성노래한마당은 여성문제의 본질인 사회모순을 꿰뚫고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모색한「여성노래운동」의 첫발자욱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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