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트랑 블리에 / 1989년 / 91분 / 프랑스

중년의 남자는 누가 봐도 평온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에게는 건축가로서 안정적인 직장, 귀여운 두 아이, 따뜻하고 넉넉한 집, 그리고 무엇보다 젊은 시절 여러 남자들을 울렸을 법한 아름답고 고상한 아내가 있다. 하지만 어느 날 남자는 자신의 여비서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아내에 비하면 못생기고 뚱뚱하고 정말 보잘 것 없지만, 그의 마음만은 항상 행복하게 해준다.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던 남자는 결국 모두 놓치고 만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베르트랑 블리에는 프랑스 블랙 코미디의 대가라 불린다. 70년대 중반 '바르수즈'('고환'을 뜻하는 프랑스어)의 파격적인 성묘사로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그는 부적절한 성관계나 결혼을 소재로 하는 영화들로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됐다.

'내겐 너무 이쁜 당신'은 진지하지만 엉뚱하다. 우리는 흔히 예쁜 정부와 못생긴 아내를 생각하지만, 영화에서는 정 반대의 상황이다. 못생겼지만 마음씨만은 아름답고 무엇보다 자신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말하는 남자를 보며 '그렇구나!' 하며 이해하려 하는 순간, 이 남자는 자신의 아내를 놓지 못한다. 둘 중 어느 하나도 선택하지 못해 결국은 둘 다 놓치고 마는 이 남자는 떠나가는 여자를 보며 자신이 덮어주었던 외투는 돌려주고 떠나야 하지 않냐며 혼자 중얼거린다. 또한 영화 내내 배경 음악으로 흘러나오는 슈베르트의 곡을 모두 듣고 있었다는 듯, '지겹다'며 감독에게 불만을 나타내고 스크린에서 사라지는 마지막 장면은 황당할 뿐이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