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리트 / 1976년 / 95분 / 미국

1950년대 초반, 마녀 사냥이 한창이었던 미국에서 빨갱이 작가에게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고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는 한참을 웃게 하다가도 어느 순간 코끝을 찡하게 만들어 버린다.  
'프론트'는 실제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감독과 작가 월터 번스타인 그리고 몇몇 배우들 자신의 이야기다. 1950년대 초 미국에서 일어났던, 정적이나 체제에 반대하는 사람을 공산주의로 몰아 처벌하는 선동 정치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 속에 투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매우 놀랍게도 다분히 정치적인 소재를 '비정치적'으로, 전혀 흥분이나 감정과잉의 요소 없이 담담하고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다. 즉 현실의 처절함을 직접 보여주기보다는 풍자와 재치를 이용해 돌려 말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평범한 인물이었던 식당 카운터 하위드 프린스(우디 앨런)이 위원회에 출석하여 토해내는 후련한 마지막 대사와, 엔딩 크레딧에서 실제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실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사람들임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는 장면은 우리의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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