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그리너웨이 / 1988년 / 119분 / 영국

비유와 상징, 은유 하면 떠오르는 것. 시, 소설을 제외하고 또 무엇이 있을까. 2시간 동안 온갖 장치들로 가득 차 있는 영화 '차례로 익사시키기'가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나열돼 있는 1부터 100까지 숫자, 영국의 전통적인 게임, 남성적인 폐쇄 구조의 대유적 매개체인 물의 이미지, 죽음 본능(타나노스)의 희화화로 채워져 있다. 

여자 삼대와 그들의 남편은 아내에 의해 살인을 당한다. 그리고 이들의 범죄를 눈감아주는 검사관은 그녀들을 통해 성적 욕망을 해소하려 한다. 영화는 게임의 법칙과 숫자 배열의 교차, 그리고 대사의 시적 표현들을 혼합해 새로운 의미를 산출한다. 숨은 그림 찾기는 숨은 그림을 찾아낸 사람만이 만족감을 느끼듯, 상징의 퍼즐을 잘 끼어 맞춘 자만이 영화의 풍자와 유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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