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4일(토)∼10월3일(일) 63빌딩 1층 이벤트 홀에서 ‘체험! 캐릭터 박물관’ 전시회가 열렸다. 캐릭터 킹덤·테디베어 마을·인형의 방·공포의 캐릭터 미로 등 12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된 이 곳에는 세계 40여개국 1만여점의 캐릭터가 전시됐다. 특히 1800년대와 1900년대 초반의 캐릭터 장난감은 물론 고급 경매장에서 수 천만원, 수 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희귀 골동품 장난감 등도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어린이들을 신나는 상상의 세계로, 어른들을 동심이 살아있던 추억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체험! 캐릭터 박물관’을 해부해 본다.

나와 시간·문화·꿈을 공유하는 친구, 캐릭터
통상 우리가 캐릭터(Character)라 부르는 대상은 엄밀히 말하면 영화·만화 등의 ‘등장인물’ 혹은 ‘캐릭터(성격·특징)가 부여된 대상’을 의미한다. 그러나 수 많은 캐릭터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은 그림이나 형상으로 만든 캐릭터 제품까지 포함시켜 캐릭터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이러한 캐릭터의 종류에는 둘리·홍길동 같이 매체에서 탄생한 매체 캐릭터, 대통령·연예인 등의 얼굴을 캐릭터화 한 인물 캐릭터, 음료수 캐릭터인 펩시맨·쿠우 같은 브랜드 캐릭터, 팬시 캐릭터, 이벤트 캐릭터, 캠페인 캐릭터 등이 있다.
이처럼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캐릭터는 언제, 어떻게 탄생했을까. 미디어가 발달하기 이전에는 신화의 세계가 사람들의 꿈과 환상을 대신했으나, 문명이 발생한 뒤 사람들은 신화를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로 믿기 시작했다. 따라서 그 주인공들을 대신할 무수한 조각과 그림, 이미지를 만들어 냈는데 이것이 바로 최초의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 내 나이를 묻지 마세요 - 캐릭터 월드
캐릭터 월드 전시실의 장난감은 연령을 불문한다. 1780년대 독일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노아의 방주’부터 2000년대 작품 ‘스타워즈 콜렉션’까지 세대를 뛰어넘는 장난감들이 전시돼 있다.
1880년대 미국에서 제작된 ‘험피 덤피 서커스’는 광고판·동물과 광대·천막까지 모든 소품이 거의 완벽하게 보관돼 있다. 그러나 너무 오랜 세월을 살아온 탓인지 광대들의 얼굴이 부분적으로 뭉개져 사뭇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한 입 베어먹은 파이 모양의 눈을 가진 1920년대 미키마우스도 있다. 초창기 미키마우스는 이런 모양의 눈 때문에 ‘파이 아이(Pie eye)’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과 같이 크고 동그란 눈으로 바뀐 것은 1950년대 이후 였다고.
여기에 전시된 장난감을 통해 그 나라의 시대상도 알 수 있다. 아폴로 착륙을 기념하는 양철 우주인 인형 등 1950년대 미국에서 대량으로 제작된 스페이스 캐릭터 장난감을 보면, 당시 미국은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소련에 대한 두려움을 우주 개발과 관련한 장난감 제작으로 표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밖에 들장미 소녀 캔디·아톰· 마징가 제트 등 일본 캐릭터와 아기공룡 둘리·공동 경비구역 JSA 등의 우리나라 캐릭터, 유니버셜픽쳐스 몬스터 등도 만날 수 있다.

▶ 세계인의 친구, 테디베어 - 테디베어(Teddy Bear) 마을
테디베어 전시관 입구에는 100세를 넘어선 테디베어의 탄생 배경이 상세히 적혀 있다. 테디베어는 1902년 사냥을 갔다가 가여운 곰을 풀어준 미국의 26대 대통령, 테오도르 루즈벨트 대통령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이 일화가 유명해지자 한 러시아 이민자가 자신의 잡화점에 루즈벨트의 애칭 ‘Teddy(테디)’를 본따 ‘Teddy's Bear’라고 이름 붙인 곰을 전시함으로써 테디베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곳 전시실에는 사냥옷을 입은 테디베어, 양복을 입고 단상에 서 있는 테디베어 등 루즈벨트 대통령을 형상화 한 테디베어 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사에서 제작한 테디베어, 삼장법사 데티베어 등 전 세계의 다양한 테디베어가 전시돼 있다.

▶ 꿈과 낭만이 담긴 인형의 세계 - 소녀의 꿈
전시실에 들어서면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바비(Barbie)’가 60여개국의 민속 의상과 여군·발레리나·카레이서 등의 복장을 하고 즐비하게 늘어 서 있다. 또 통통한 볼과 자그마한 몸집이 특징인 명품 인형 ‘마담 알렉산더(Madame Alexander)’가 신데렐라·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등을 주제로 제작돼 있으며, 비정상적으로 큰 눈과 머리, 작은 몸집이 특징인 ‘브라이스(Blythe)’도 전시됐다.

- 소녀의 꿈을 담은 29cm의 여신, 바비
1959년 뉴욕 장난감 페어에서 금발의 포니테일 머리에 스트라이프 수영복 차림으로 첫 선을 보인 바비는 여전히 전 세계 소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바비는 미국 마텔사(현재 전 세계에 바비를 공급하는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루스와 앨리엇 핸들러 부부가 어린 딸 바바라가 가지고 놀던 종이 인형에서 착안, 딸의 이름을 따 바비라 불리는 인형을 만듬으로써 탄생했다. 지금까지 판매된 바비의 수는 지구 네 바퀴를 돌고도 남을 정도의 수량이라고 한다.

- 통있는 명품 수제 인형, 마담 알렉산더
유럽의 귀족풍 옷을 입고 찰랑거리는 금발을 자랑하는 마담 알렉산더는 1923년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여사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한정 수량만을 제작해 수제 명품 인형으로 불린다. 마담 알렉산더는 샤넬, 알마니 등 명품 브랜드 출신 디자이너들이 그 의상을 직접 제작하며 머리·눈썹·손톱까지 모두 손으로 직접 만들어 동일한 스타일이 단 한개도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 또 다른 Mini Me, 브라이스
비정상적으로 큰 눈과 머리로 예쁘기 보다는 개성이 강한 미국 케너사의 인형 브라이스는 1999년 미국의 영상 프로듀서 지나 개런이 자신과 닮은 브라이스만을 촬영해 ‘This is Blythe’라는 사진집을 발매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브라이스의 가장 큰 비밀은 눈에 있는데 머리 뒤의 끈을 잡아 당기면 빨강-주황-녹색-파랑 등으로 그 눈동자 색이 바뀌고 쳐다보는 방향까지 바뀐다. 또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눈동자·머리카락 색을 바꾸는 ‘커스텀’이라는 성형수술도 할 수 있다. 

▶ 6cm로 표현한 예술 - 예술과 캐릭터
예술과 캐릭터 전시실에서는 6cm의 예술품인 큐브릭과 베어브릭을 만나볼 수 있다. 정육면체(Cube)와 벽돌 모양 덩어리(brick)의 합성어인 큐브릭은 장난감을 통해 팝아트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곳에는 스타워즈 큐브릭·마일로 큐브릭 풀 셋·고지라 등의 큐브릭과 함께 곰 모양을 큐브릭으로 재 디자인한 베어브릭 수 십여종이 전시돼 있다.

이 외에도 박정희 대통령의 털과 주름살 하나하나까지 살아있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밀랍 인형, 영화 ‘반헬싱(Van Helsing)’을 테마로 으스스하게 꾸며 놓은 공포 체험관, 일본 오토마타 박물관·아리마 장난감 박물관 등의 소장품을 전시한 해외 초청전 전시실이 있다. 또 애니매이션 ‘인어 공주’와 ‘니모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물고기의 실제 모델을 전시한 캐릭터 아쿠아리움도 마련됐다.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니모의 실제 모델인 클라운 피쉬와 ‘인어 공주’의 세바스찬 등을 수족관에서 직접 만나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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