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위해 헌신적으로 자신을 내던졌던 ‘아톰’, 자폭까지 하며 눈물 겨운 충성심을 보여준 ‘짱가', 인간같은 로봇과 로봇같은 인간을 보여준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인간을 해치는 로봇 ‘프랑켄슈타인’,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슬픈 로봇 ‘A.I’, 로봇이 인류를 지배하는 미래 세계를 보여주는 ‘터미네이터’등 로봇을 주제로 한 만화나 영화는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다. 이는 로봇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반증한다. 동시에 ‘누가 더 인간과 비슷한 로봇을 만드는갗 하는 로봇 제작 경쟁에서부터, ‘로봇이 인간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킬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 어린 논쟁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4년 5월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에 로봇 박물관을 설립했다. 이 박물관은 1·2 전시관, 3D 입체영상실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40개 국가의 로봇과 고전 캐릭터 3천500여점이 전시돼 있다.

▶ 로봇이 탄생해 우리 곁으로 오기까지
로봇 박물관은 로봇의 기원을 ‘신이 빚은 로봇 아담과 이브, 신에 의해 창조된 인간’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신이 자신과 닮은 존재로 인간을 만들어 냈듯, 인간은 자신과 닮은 존재로 로봇을 만들어냈음을 뜻한다.
초기 로봇은 도깨비·장승·귀면와(귀신 모양의 기와) 등의 영향을 받아 괴물 형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1881년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인 ‘피노키오’가 등장하면서 로봇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 들었고, 이는 1928년 월트 디즈니의 ‘미키마우스’로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로봇의 존재가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은 1932년 런던에서 열린 세계 국제 박람회(EXPO)에 ‘알파로봇’이 출품되면서부터 였다.
그렇다면 로봇에게도 성별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1920년대 초반까지 로봇에게는 성별이 없었다. 그러다 1926년 영화 ‘메트로폴리스’에 여성 로봇 ‘마리아’가 등장하면서부터 성별이 생겼다. 책 「앤티크 로봇」(2004, 백성현)은 여성 로봇의 등장 배경에 대해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당국은 애국심을 고취시킬 상징적 인물이 필요했다며, 잔 다르크가 가장 적절한 인물로 떠올랐고 이를 ‘마리아’라는 로봇으로 형상화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마리아는 갑옷 입은 여성 전사, 기적과 구원의 신비성, 선동적 스토리 등의 잔 다르크 형상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모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55년 최초의 로봇 만화 딱지본 ‘로벗트’가 발간됐고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1964년 뉴욕에서 ‘로봇 K-456’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1967년에는 최초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인 신동헌 감독의 ‘홍길동’이 제작됐다. 그리고 그 이듬해 우리나라 최초로 양철통들을 연결시킨 로봇 ‘틴토이’가 탄생했다.

▶ ‘피노키오’를 통해 본 로봇 디자인의 변천 과정
로봇의 디자인은 그 시대의 예술 사조에 따라 변화했다.‘피노키오’모습의 변화를 통해 로봇 디자인의 변천 과정을 살펴보자.
1930년대 피노키오는 그 시대의 유행, 신고전주의(Neo-classism)의 특징인 ‘통일성’과 ‘단순성’의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동그란 얼굴에, 무표정인 채로 단정하게 서 있는 등 매우 단순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피노키오는 1939년에 이르러 대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이는 입체주의(큐비즘)의 영향으로, 그 모습이 변화한다. 이 시대의 피노키오는 긴 코는 살리되 얼굴 모양은 다르게 표현해, 이전의 단순했던 피노키오의 모양을 닮았으면서도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1950년대 저금통 피노키오는 아르데코(Art Deco)의 영향을 받았다. 아르데코는 전통으로부터 이탈해 자발성·단순함·자연주의를 모토로 했다. 따라서 저금통 피노키오는 이전의 피노키오 형상과는 다른 기계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기계적인 예술의 반작용으로 1960년대에는 일상적이고 흔한 소재를 예술 속에 끌어들이려는 팝아트(대중미술) 바람이 불었다. 로봇 역시 이 영향을 받아, 1960년대의 피노키오는 당시 우리나라 국민의 평상복이었던 색동옷을 연상케 하는 옷을 입고 있다. 이는 로봇을 대중과 친숙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대중미술이 자본의 논리에 빠져들어 소비문화에 굴복했던 것처럼, 이 시대의 로봇 역시 순수한 피노키오의 이미지를 잃고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의 피노키오는 팝아트가 지닌 대중성과 유용성의 영향을 받아 인간형 로봇 ‘피노’로 다시 태어났다. 로봇을 인간의 형태로 만듬으로써 로봇이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 로봇은 국가의 상징이자 국민의 활력소
로봇이 우리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존재가 됨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는 로봇으로 국민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몇몇 국가에서는 국가적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로봇을 이용했다. 1930년대에 미국은 ‘슈퍼맨 로봇’을 만들었다. 당시 미국은 심각한 경제 공황을 겪고 있었는데,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는 슈퍼맨을 만들어냄으로써 가라앉은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았다.
1951년 일본의 데즈카 오사무가 만들어낸 ‘아톰’ 역시 마찬가지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극심한 경제 공황을 겪은 일본은 무엇이든 다 이뤄내는 아톰을 통해 일본 국민들을 격려했다. 그리고 이는 공황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1976년 우리나라의 ‘로보트 태권 V’도 한국인들의 사기를 드높여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 한 몫 했다.
한편, 중국은 고전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을 로봇으로 만들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마스코트로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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