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비슷한 크기에 단조로운 모양이었던 문구류가 눈에 띄는 몸치장을 시작했다. 통통한 두 입술 사이에 명함을 꽂는 입술 모양 명함꽂이부터 고무로 만들어진 글자판을 자신이 원하는 네 줄짜리 문구로 조합해 사용하는 스템프까지. 디자인이 가미된 문구를 하나하나 살펴보면 ‘아, 이런 것도 있었네’란 생각이 절로 난다.
디자인 문구는 기존의 일반적인 문구에 디자인적 요소를 한층 불어 넣은 것이다. 누런 이삿짐 포장용 테이프가 아기자기한 캐릭터 무늬가 있는 박스 테이프로 변신을 시도하고, 스프링 노트는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스프링을 보다 굵게 변형시켰다. 기존의 캐릭터 스티커에서 벗어나 ‘RELAX’·‘FLY DREAM’ 등의 단어나 짤막한 문장을 달팽이·비행기 등의 간단한 도안과 함께 넣은 스티커도 등장했다. 우리가 흔히 쓰던 하드커버 노트·플래너 등에 사용된 종이 종류가 다양해져 갱지 느낌의 크라프트지가 사용되기도 한다. 디자인 문구를 즐겨쓴다는 윤은경(경영·2)씨는 “디자이너의 느낌을 공유하는 기분이 들어 좋다”며 만족해 했다.
디자인 문구는 디자인 못지않게 실용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바쁜 일정을 관리할 수 있는 플래너의 경우 시간·요일·주·달 별 등 그 종류가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세분화돼 있다. 이지민(작곡·3)씨는 “나에게 꼭 맞는 것으로 골라 쓸 수 있는 점이 맘에 든다”고 말했다.
디자인 상품을 만들어낸 회사와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함께 공유하는 소통의 창구를 마련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디자인 문구류의 대표주자인 ‘mmmg’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사용한 제품을 전시해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주고, 고객들이 자신의 상품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지 설명해 준다.
디자인 문구는 우리 학교 앞 트윔(twim)이나 보다(BODA), 대학로의 텐바이텐, 삼성동 코엑스몰의 1300K 등의 디자인 제품 멀티샵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텐바이텐 마케팅팀 최은미 대리는 “텐바이텐의 경우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 상품을 실제로 보고싶어 하는 고객들의 건의가 많아져, 대학로에 오프라인 샵을 열게 됐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실용적이면서 예쁜 디자인을 원함에 따라 디자인 문구류 시장이 활성화됐다. 과거 지루했던 문구류에 현대인들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이 입혀진 것이다. 이는 디자이너의 신선한 감각과 소비자가 원하는 실용적 측면이 잘 맞아떨어진 예라 할 수 있다. 트윔 샵마스터 홍정흔씨는 “평범하길 거부하는 학생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픈 욕구를 표출하기 위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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