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 학교 앞 교육환경을 진단한다
연세대 도시문제연구소는 2003년 10월∼12월 지역상인·주민·방문객·연세대와 이화여대 구성원을 상대로 신촌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신촌은 젊지만 복잡하고 소비적인 이미지가 강해, 특히 내부인인 대학 구성원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됐다. 신촌을 대표하는 문화자원으로는 대학교·대학문화·유흥문화를 꼽았으며 그 가치는 인사동·대학로 등과 비교해 봤을 때 상당히 낮게 평가됐다. 즉 사람들은 신촌을 ‘지나친 상업화로 인해 독특한 문화적 특성이 결여된 지역’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의 대학가는 우리의 상황과 전혀 다르다. 미국의 경우 주요 대학이 위치한 도시의 시 위원회는 대학 주변 지역환경에 대한 장기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하버드대가 위치한 캠브리지 시가 하버드대 주변 지역에 업종 제한을 엄격히 하고, 주말에 대학주변 간선도로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대학가 앞에 상업시설 허가를 내주는 우리나라 행정당국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현재 추진 중인 이대 앞 거리환경정비계획은 대학가의 교육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은 민·관이 함께 추진하는 신촌지구단위계획의 일환으로, 개선이 필요한 이대역∼이화여대입구∼신촌국철역에 전선 지중화(전선을 지하로 내리는 것)·보도확장·간판정리 등을 시행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강미선(건축학 전공)·최경실(환경디자인 전공) 교수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서정공연·전시 등의 문화시설에는 혜택을 주고, 여관·유흥업소·높은 건물 등 유해시설은 불허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또 개선된 거리가 학교 캠퍼스와 연계성을 지닐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관리과 유옥현씨는 “이번 계획을 통해 환경을 개선시켜 대학 이미지의 상승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정비계획은 올해 말 협의가 끝나면 내년쯤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편, 연세대 도시문제연구소 오재록 연구원은 신촌일대를 문화지구로 묶어 문화시설만 들어오게 제한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신촌문화지구’를 제안했다. 특히 신촌은 여러 대학이 밀집해 있고 오락·패션 등 신규사업 실험의 장이 되고 있어 그 잠재력이 크다. 현재 이러한 집적상태가 네트워크화 되지 못하고 있지만 정책적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오재록 연구원은 “신촌을 제 2의 대학로로 만드는 것보다 이미 형성된 신촌만의 문화적 특징을 살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문화지구지정과 환경정비사업을 병행한다면 신촌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강미선 교수는 “우리 학교도 지역사회의 일원인 만큼 주민과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을 가지면 좋은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학교·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했다.
70년대 신촌은 연극의 메카였지만 상업화에 밀려 차츰 그 모습을 잃어갔다. “현재 신촌의 실체는 없다”는 오재록 연구원의 말처럼 이대 앞을 비롯한 신촌은 교통이 편리하고 놀기 좋아 찾게되는 곳일 뿐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신촌 대학가 자체를 어떤 ‘문화 공간’으로 발전시킨다면 상업화로 밀려났던 ‘신촌의 과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