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학문의 ‘전시’ 속에 박물관의 미래 ‘관람’한다
다양한 학문의 ‘전시’ 속에 박물관의 미래 ‘관람’한다
  • 김지은 기자
  • 승인 200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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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을 ‘통째로’ 이해하기 위해 시작, 학문의 하나로 정착시키는 작업 요구돼

최근 박물관이 시민과 공존하며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기존에는 전시 위주의 기능만 지나치게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박물관협의회(ICOM)를 주축으로 한 박물관 연구자들이 국·공립 시설이란 사실에 초점을 두고 박물관과 시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의 박물관은 유물 발굴 지역과 긴밀하게 연결된 지역박물관이 많고, 박물관을 이용하는 인근 주민이 있어 박물관을 설립된 지역과 분리해 설명하기 어렵다.

추계예대 박은실 교수(예술경영학 전공)는 “지역을 무시한 ‘나홀로 박물관’이 문제”라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보다 전략적·계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기록·보존·연구·전시 위주에서 벗어나 교육·테마·체험·참여를 중시하는 박물관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이같은 연구의 중심에 박물관 자체를 연구하는 학문인 박물관학이 있다. 박물관학은 박물관의 주요 기능인 수집·보존·조사연구·전시·교육에 관한 이론과 박물관 전문 인력의 조직과 행정, 그들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연구를 포함한다.

우리나라의 박물관학은 80년대 초 박물관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전문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외국의 경우에도 박물관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시작된 것은 3·40년 전으로 추정된다. 박물관의 기원을 뮤제이언(museion)으로 보면 그 시작이 기원전 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니, 박물관학은 뒤늦게 출발한 편이다. 뮤제이언은 알렉산드리아의 프톨레미 1세가 자신의 궁전 한편에 각종 수집품과 미술품을 모아 놓았던 초기의 박물관 형태를 가리킨다.

우리나라 박물관학의 연구흐름은 1991년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제정이 본격적인 계기가 돼 형성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 학교 대학원 미술사학 전공을 비롯해 단국대·중앙대·추계예대 등 10여 개 대학의 대학원에 박물관경영학 또는 예술경영학 전공이 개설돼 있다. 이들 대학은 박물관 역사·건축·유물보존·전시기획·박물관 마케팅 등 세부 분과로 나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세부 분과는 박물관학이 홀로 설 수 없는 연계 학문이자 응용 학문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고고학이나 미술사학 등 관련 학과들과의 학제 간 접근 방법을 통한 연구가 필요하다. 김홍남 교수(미술사학 전공)는 “자신의 전공 학문에 대한 깊이가 있는 상태에서 박물관학을 연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런 특성이 잘 반영된 예로 박물관 전문인력인 큐레이터를 들 수 있다. 큐레이터는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이를 연구하고, ‘전시’를 통해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이외에 큐레이터들은 세미나 및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단국대 대학원 하계훈 겸임교수(미술관·박물관경영학 전공)는 “자동차박물관·김치박물관 등 특수한 주제를 다루는 박물관에 각각의 주제를 잘 아는 큐레이터가 있어야 박물관계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학교 미술사학과에는 김홍남 교수가 강의하는 ‘큐레이터학Ⅰ’과 실습 위주의 ‘큐레이터학Ⅱ’교과목이 있다.

그러나 박은실 교수는 “연계 학문이라고 해서 근본적인 학문의 정립 없이 다른 학문에 기대기만 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기본 토대가 있어야 학문의 전문성이 담보돼 전문인력 양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박물관을 ‘숙제하러 가는 곳’으로 인식하는 등 박물관학을 뒷받침 할만한 문화적 토양이 미숙해 정착이 더디다. 또한 세부 분과별 학회는 많지만 박물관학 전체를 아우르는 학회가 없어 이를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하계훈 교수는 “박물관이 많이 생겨나고 발전해야 연구의 필요성이 커져 박물관학이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박물관에 비해 우리나라 박물관들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외국의 경우, 박물관이 그 도시의 지형적·문화적 표지물의 의미를 갖고 있다. 또한 전시 프로그램과 관객층이 다양하다. 이에 우리나라 박물관들도 유물만 전시하는 고정된 박물관에서 벗어나고자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박물관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