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에 들어와 다섯번째 신문을 제작 중이다. 한 학기 제작의 절반을 달려온 지금의 나를 돌아보며 마음껏 질책해보자!!

나는 지난 여름 방학, 예비 수습 기자 기간에 나름대로 대형사고를 친 적이 있었다. 정오까지 학보사에 출근(?)해야 하는데, 밀린 색인숙제 때문에 밤을 새고 아침에 잠깐 잔다는 것이 진탕 늦잠을 자버린 것이다. 일어나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12시20분,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정말 어이가 없었다.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 때처럼 나의 게으른 성격을 저주해 본 적이 없었다.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방학내내 지각하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했다. 방학이 끝나고 무사히 예비수습 딱지를 떼 정식으로 수습 기자가 되면서 ‘나도 이제는 성실한 인간이 되었나보군. 흠! 좋았어!’라는 생각이 들며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2학기가 시작되고, 신문 제작에 참여하게 되면서 내 자신 스스로에게 너무 관대해진 나머지 그 몹쓸 녀석, 게으름이 슬금슬금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취재 시간에 몇 분씩 늦기도 하고, 선배와의 약속을 제 시간에 지키지 못한 적도 있었다. 학보사 생활은 사회 생활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잘못한 일이 내 안에서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나 때문에 다른 선배가 피해를 보거나 기사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빠른 시일 안에 고쳐야할 나의 고질병. “게으름씨, 너 때문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나가있어!”

◆탑 전문기자? 질타 전문기자 아니고?

이때까지 지면 상에서 내 이름을 걸고 나간 기사는 모두 네 개. 두개는 등록률· 휴학률 등 통계 분석 기사였고, 두 개는 우리 학교 총학생회의 등록금 투쟁 관련 기사였다. 등록금 투쟁 관련 기사를 두 번 쓰게 되면서 1면 탑의 영광도 두 번이나 얻게 됐다. 동기끼리 우스갯소리로 “얼~ 지상이 이러다 탑 전문기자 되는 것 아니야?” 라며 웃긴 했지만 나름의 고초가 정말 많은 기사였음을 밝히고 싶다. 취재원들의 부정적인 태도에 무던히도 상처 받았으며, 공식 석상에서 철저히 무시 당한 적도 있었다.
어느 순정 만화 대사였던가, ‘아픈 만큼, 상처받은 만큼 성숙해 진다’고…. 이젠 설문지 안받아주는 쌀쌀맞은 이화인에게도 웃으며 인사할 수 있고, 나에게 인터뷰를 거절했던 취재원에게도 관용의 미소를 보일 수 있다. 이러다 퇴임할 때가 되면 득도해 있지 않을런지.하하.

◆이화, 끌리면 나에게 오라

학내사안들을 취재하다 보니, 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애교심이 생겼다. 그냥 학생이었으면 해보지 못할 많은 경험도 하고 있는 중이다. 학보사 기자가 아니었다면 만나보기 힘든 학생처장님도 만나보고, 총학생회장님과 인터뷰도 해봤다. 예전엔 무심코 지나가던 이화 안의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도 이젠 어느 하나 눈길 안가는 곳이 없다. 이화 안의 소소한 또는 심오한 화제 거리들아! 내 품에 와서 안기렴!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