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되게 맞은, 인터넷기사 신고식
호되게 맞은, 인터넷기사 신고식
  • 최진 기자
  • 승인 2004.10.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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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언니 曰: 자, 이번 주까지 인터넷 기사 마감하자!
진 (속으로)曰: 이번 주는 지면기사에다 인터넷 기사까지… 언제 다하지. 약속도 있는데. 막막하기만 하다.

아직까지는 한 주에 기사 하나를 써내는 일이 나에게는 벅차다. 처음 신문을 제작할 때는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해 친구들도 만나고 책도 많이 읽어야지’하고 다짐했건만, 지금 내 모습을 보니 이번 주도 겨우 시간에 맞춰 기사를 낼 것 같다. 일주일에 2~3개의 기사를 뚝딱 써내는 정기자 언니들이 자연스레 위대해 보이는 순간이다.

“이렇게 불평하고 있지 말고 빨리 시작해야지! 아자아자!” 큰 소리로 나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 넣고 초고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미리 뽑아놓은 자료들이 있었기에 몇 가지를 간추려 한시간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 뿌듯함에 룰루랄라~ 흥얼거리며.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시련이 닥쳐왔다. 평소 외화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터라 외화 드라마에 대한 분석기사를 쓴다는 것이 부담스러웠는데, 우려했던 일이 터지고 말았다. 인터넷을 검색해서 여기저기에서 얻은 정보들을 뽑아내 간추려 쓴 내 기사가 전혀 기사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을 수는 있지만 기사에는 기자 자신의 취재와 해석이 녹아져 있어야 하는데 내 기사에는 기자가 노력한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뿐더러,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을 나열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다가 외화시리즈 분석이라는 주제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쓰는 것이 무리라는 평가도 함께.

결국 기사 방향을 바꿔 처음부터 다시 쓰기로 했다. 내가 잘한 것이 없었기에 할말은 없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다시 쓰라니…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게다가 다음 날 전공기초과목 시험까지 있어, 밀려오는 짜증과 점점 커지는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동안 그렇게 넋 놓고 앉아 있다 취재를 하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외화를 수입해 오는 회사 세 곳의 연락처를 알아내 기사에 쓸 내용을 묻고, 게시판에 적힌 네티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외화 소개 글도 찾아보고…

오전10시부터 하루를 꼬박 학보사에서 보내고 초고를 완성했다. 힘들게 쓴 기사였기에 다른 기사를 완성한 것보다 더 뿌듯한 반면, 너무 급하게 취재하고 써서 혹시나 엉성한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조바심과 걱정이 앞섰다. 그렇게 해서 인터넷기사와 지면기사를 하루를 꼬박 새서 완성했다. 다른 때 같으면 새벽에 몇 시간이라도 잤을텐데 어떻게든 토요일 점심까지는 다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에 눈을 부릅떴다.

첫 번째 인터넷기사 신고식을 호되게 치루고 나니 그동안 나태해졌던 내 모습을 다시 한번 정비하고 마음을 가다듬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 시작한 지 겨우 몇 주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흐트러지는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 자신에게 더 화가 났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리라 다짐했었는데…

지금도 나는 학보사에 있다. 일주일의 절반 이상, 아니 거의 매일매일을 학보사에서 학보사 친구들,  선배들과 보낸다.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진 공간이지만, 때때로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을 다잡고 학보사로 들어가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언제쯤이나 놀고 싶은 욕구를 초월할 수 있을런지.
하지만 학보사에는 동기들이 있고, 내 꿈이 있기에 오늘도 힘차게 발걸음을 옮긴다.
누구보다 잘 할 수는 없어도 누구보다 열심히 할 수 있는 기자가 되기 위해 오늘도 마음 속으로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