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문화」우수과제물

   Ⅰ. SF영화란 무엇인가?

   100여 년 전 영화가 처음 대중에 공개된 이래 영화와 과학기술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서로 관계를 맺어 왔다. 이는 영화라는 매체의 등장과 그 변천이 20세기의 과학기술의 발전상을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영화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는 데에는 수많은 관련기술의 발전이 그 가능성을 제공해왔고, 반면에 영화는 그 속에 다양한 과학기술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반영해왔다. 그 중 가장 대표적 장르인 SF영화를 통해 과학이 영화 속에 어떻게 나타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과학과 영화의 관계를 고찰해볼 수 있을 것이다.

 

 

Ⅱ.SF영화에서 보여주는 과학과 문화

   ▲생명공학을 다룬 SF영화
   생명 복제의 가능성
 

   영화 ‘쥬라기 공원’은 놀랄 만큼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너무나 진짜 같은 공룡을 스크린에 나타내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동시에 이 영화는 영화 속의 방법으로 공룡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숱한 논쟁을 일으켰다. 대부분이 공룡을 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공룡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호박 속의 모기에서 공룡의 완전한 DNA를 얻어야 하는데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DNA는 분자구조가 그러게 안정적이지 못해 10만년 이상 유지되기 힘들며 유지되더라도 DNA를 그렇게 안정적으로 보존하지는 못한다. 그리고 설령 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공룡을 만들 수는 없다. 수정란이 발생과정을 거쳐 완전한 개체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DNA의 유전정보뿐 아니라 양으로 발현되도록 하는 세포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DNA는 생물 구조의 기능에 대한 정보를 읽고 그에 따라 단백질을 만드는 등 생명 활동을 수행할 세포질이 필요하다.

   또 한 가지 문제는 공룡의 적혈구에서 DNA를 추출했더라도 이 DNA는 이미 발생 과정을 마친 세포의 것이므로 적절한 세포환경이라도 정상적인 발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복제양 돌리가 탄생함으로써 이러한 원칙이 붕괴됐다. 돌리는 성숙한 암양의 유전에서 세포를 채취하여 핵을 뽑아내고 이를 핵을 제거한 다른 양에 이식시켜 태어난 복제양이다. 돌리 탄생의 진정한 의미는 이미 분화가 끝난 체세포를 다시 역으로 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데 있다. 그리고 복제양 돌리의 탄생으로 가능성이 대두된 인간복제가 점차 현실적인 형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SF영화는 훨씬 전부터 인간복제의 가능성을 점쳐왔다. 잘 알려진 예로 ‘블레이드 러너’, ‘멀티 플리시티’, ‘저지드 레드’ 등과 같은 영화가 있다. ‘에일리언4’에서 리플리 가 과학자들이 자신을 복제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끔찍한 복제 괴물들을 발견하는 장면에서 받은 충격을 이젠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에서 맞닥뜨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기계공학을 다룬 영화들

   인공지능 컴퓨터 -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중반부 이후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인 핼9000은 인간의 지적 능력이 창출해낸 테크놀로지가 궁극적으로 인간을 배신할 수도 있음을 암시하는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핼 9000은 우주선의 중앙 통제 컴퓨터이며 인간처럼 고민을 한다. 본부로부터 승무원들 몰래 비밀 명령을 부여받고 승무원들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기본 프로그램 사이에서 갈등한다. 결국 핼9000은 본부로부터 이 통제를 차단할 작정으로 송수신 부품이 고장 났다는 거짓 보고를 승무원에게 한다. 그리고 자신의 거짓이 탄로 나자 핼9000은 정직성을 보호하기 위해 승무원을 살해한다.

   이외에도 ‘에일리언2’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려 하는 인조인간 승무원, ‘위험한 게임’에서 인간과의 게임에 집착하여 핵전쟁을 일으킬 뻔한 조슈아 등이 영화가 보여주는 인공지능 컴퓨터의 예이다. 이 인공지능들은 모두 천재적인 설계자들에 의해 완벽하게 프로그래밍 되지만 위와 같이 결국에는 중대한 결함을 발생시키고 만다. 그러나 이러한 결함이 프로그램상의 잘못인지 아니면 인공지능이 갖고 있는 원초적인 한계를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사람에 가까워져서 일어난 인간적인 실수의 한 형태인지 영화에서는 설명하고 있지 않다.

 

 

    ▲우주 공간을 다룬 영화들
    외계에 대한 궁금증 표현
 

   영화 ‘콘택트’는 ‘스타워즈’처럼 인간의 상상력을 극대화시켜 현실과는 동떨어진 공간을 새롭게 재구성한 SF물이나 ‘에일리언’ 시리즈처럼 암울한 미래상만을 내세우는 것과는 다르다. ‘콘택트’는 현대과학으로는 증명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에서 시작한다. 외계인과의 만남-그것이 바로 콘택트이다-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가상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는 다른 영화들(‘에일리언’, ‘인디펜던스 데이’, ‘화성침공’ 등)과는 달리 “외계인은 정말 존재하는가?”라는 현실적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한마디로 ‘콘택트’는 판타지가 아닌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따라서 ‘콘택트’는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화면이 주를 이룬다. 

 

   ‘콘택트’에는 과학과 종교와의 관계와 같은 해묵은 논쟁이 많이 등장한다. 과학자를 사탄의 자식쯤으로 취급하는 광신자로부터 합리적 이성을 갖추고 과학적 발견을 대하는 종교인까지 16세기 과학혁명 이래, 아니 어쩌면 과학이 발생된 고대로부터 지속된 종교와 과학간의 갈등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군이 그대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을 적대하는 광신자들의 위협 속에서 외계인과 만나고 온 과학자는 외계인의 존재에 대해 마치 신의 존재를 말하는 종교인처럼 이야기한다. “증명할 수는 없지만 존재한다”고 말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와는 영 다른 암시이다.

 

 

   Ⅲ. SF영화의 의의와 과학과 영화의 연관성

   미래라는 개념이 결코 비현실적인 것은 아니고 현재라는 원인에 대한 필연적 결과라고 볼 때 미래는 별 것 아닌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가 현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래는 그리 만만한 개념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예측은 가능하지만 그 방향으로 통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미래의 특성은 인간에게 미래를 경외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많은 SF영화에서는 다양한 미래의 모습을 제시했다. 대부분이 비관적인 모습이었다. 그러한 디스토피아란 대체로 과학적으로 미래를 본 것이라기보다는 현대사회의 모순을 극대화시켜 본 것이었다. 다들 디스토피아적 SF영화들에는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불만의 편린들이 들어있다. 그것은 전쟁일 수도 있고 첨단 기술이나 컴퓨터, 환경오염일 수도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미래를 절망한 SF들은 사실 미래가 아닌 현실을 말하고 있다. 암울한 미래를 통해 우리의 현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보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 많다.

   어떤 사람들은 SF를 홍당무계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SF영화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던, 생명을 인공적으로 조작하는 일이나 원격 화상 회의, 우주 여행 등의 공상이 급속하게 현실로 바뀌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상의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하며 미래의 일을 적중시키는 예지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과학과 문화는 의미상 서로 다른 개념일 수 있지만 영화 속에 과학이 큰 역할을 하고, 영화가 과학에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것처럼 문화 속의 과학, 과학 속의 문화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공학부 0014089 김윤진
수리과학부 0095076 이우영
수리과학부 0095090 정소현

 

 

소감문

현대 문화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속에 과학을 살펴보면서 과학과 문화의 관련성을 알아보고자 해다. 과학과 문화를 서로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로 생각했다. 그러나 크게 생각해보면 과학은 인간 문화의 소산이며 문화 속에는 이러한 과학이 요소요소 녹아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과제를 하면서 조금이나마 과학과 문화라는 두 분야의 연관성을 알게 됐고, 그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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