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178분

에밀 쿠스트리차에게 <언더그라운드>는 참 특별한 영화일 것이다. 보스니아 전쟁의 학살자가 누구인지를 얼버무리고, 양비론을 통해 호전적인 세르비아 선전물을 만들었다는 날카로운 비판에 돌연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3년 후 다시 은퇴를 번복하긴 하지만) 그러나 이 영화는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깐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에밀 쿠스트리차 매니아들을 양산하기도 했다.

영화는 1941년부터 1992년까지 ‘베오그라드’라는 공간과 유고의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역사적인 사실을 영화적 현실과 결합하고 있다. 1941년 독일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해 지하로 내려가는 사람들, 그러나 전쟁이 끝났음에도 여전히 전쟁이 계속되는 줄 알고 지하에 갇혀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감독은 전쟁의 참혹함과 비극 그리고 어리석은 인간을  고발한다. 또한 영화는 현실과 몽상, 창조와 파괴, 역사와 종말, 진실과 거짓, 그리고 인간성과 야수성이라는 범주들의 경계를 와해시킨다. 또한 ‘이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라는 끝맺음은 아직도 이러한 비인간적이고 어리석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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