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적 리얼리즘의 거장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전

2시

아빠는 출장 중
135분

집시의 시간
140분

애리조나 드림
141분

아빠는 출장 중
135분

언더그라운드
178분

5시

언더그라운드
178분

검은고양이, 흰 고양이
129분

집시의 시간
140분

검은고양이, 흰 고양이
129분

 

“유고슬라비아가 사라졌을 때 나도 사라졌었다.”라고 말하는 한 사람이 있다. 자신의 잃어버린 정체성과 사라진 영토에 대한 그리움을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사람, 유고슬라비아가 6개의 국가로 쪼개지는 바람에 원치 않게 ‘보스니아 사람’이 되어 버렸지만, 여전히 ‘유고 사람’으로 불리기를 희망하는 사람, 바로 에밀 쿠스트리차이다.

에밀 쿠스트리차는 1954년 유고슬라비아의 사라예보에서 태어났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마추어 단편영화를 찍었으며, 유고슬라비아의 씨네 클럽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프라하 영화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사라예보 방송국에 입사하여 두 편의 텔레비전 드라마를 연출했고, 1980년 <돌리벨을 아시나요>로 장편영화 부문에 데뷔했다. 그 후 순탄한 작품 세계를 전개하다 1995년 그의 다섯 번째 영화 <언더그라운드>의 정치적 논쟁으로 말미암아 은퇴를 선언하게 되고, 3년 후인 1998년 다시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로 복귀, 현재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그의 영화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집시’에 대한 그의 관심과 애정이다. 조국이 분열된 아픔을 겪은 그와 수 세기동안 전 세계에 흩어져 떠돌아다니는 집시들의 기묘한 공통점이 그의 애정의 기반이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에서 집시들의 삶은 자본주의 혹은 정치의 탐욕과는 무척 대비된다. 아코디언으로 연주되는 구슬프고도 흥겨운 음악과 함께 떠들썩한 가족의 따뜻함이 표현되고, 결혼식이나 장례식처럼 가족들의 공고한 결속을 다지는 다양한 의식이 행해진다. 이들의 삶에는 경제적 가치로는 환산할 수 없는 인간미가 있다.

한편, 집시 특유의 범신적이고 주술적인 관념은 에밀 쿠스트리차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인 ‘마술적 리얼리즘’과 연관 지을 수 있다. 그의 세 번째 영화인 <집시의 시간>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간단히 말해 초현실적인 것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가령 사람이나 침대가 날아다니거나 동물들이 사람의 말을 완벽히 알아 듣는다거나 하는, 현실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영화 속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관객들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이 상황에 대해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현실과 환상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그는 삶의 희망을 이야기 한다. 현실은 비록 좌절과 고통의 연속일지언정, 희망을 잃지 않으면 환상 같은 일들이 언젠가는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는 그의 믿음은 영화를 통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분쟁으로 인해 조국을 잃은 아픔 때문인지 에밀 쿠스트리차는 항상 대립의 융화와 화해,화합을 이야기한다. 또한 극단성은 배재하고 때론 상황에 맞지 않는 유머들을 구사해 관객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죽음에서 탄생을, 혼돈에서 조화를 이끌어내며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계속해서 말하고 있는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이제 갓 50을 넘겼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