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승마단 단장 백현(정외·2)씨


이화승마단은 8월17일(화)∼27일(금) 열흘에 걸쳐 경기도 광주에서 부산까지 기마국토대장정을 다녀왔다.
특정 부르주아가 아닌 일반 대학생들이 말을 타고 대장정 길에 오른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더욱이 이번 대장정은 개인적으로는 자기 수양과 열정의 표출이란 점에서, 더 크게는 기마민족의 피를 일깨워보고 대동여지도의 말길을 재발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었다.
대장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대학생을 향한 사회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후원을 얻는 일을 통해 우리의 계획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지에 대해 확인할 수 있었고, 언론매체와 접촉하면서 우리의 꿈이 세상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도 생겼다.
추진 과정동안 주변으로부터 적극적인 성원을 얻은 것도 차가운 냉대를 받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 과정 자체를 통해 우리가 성장할 수 있음은 확신할 수 있었다.
대장정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말들의 부상과 피로 누적이었다. 함께 한 다섯 마리의 말 중에는 장기간 진행되는 대장정에 부적합한 말도 있었다. 일부는 몸집이 작아 다른 말과의 간격 유지가 어려웠고 부상으로 절룩거리거나 코피를 쏟는 말도 있었다. 빗길에 미끄러지고 걸려 넘어지고, 안장과의 마찰로 피부가 벗겨지는 등 말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말은 사람과는 달리 아픔을 표현할 수 없는 동물이기에 우리를 더욱 가슴 아프게 했다.
야영 생활은 불편했지만 모두 각오하고 온 바가 있어서 크게 힘들진 않았다. 날씨가 아무리 궂어도 언젠가는 해가 날 것이라는 희망은 큰 힘이 됐다.
힘든 여정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세상은 아직 서로 돕고 살아가는 사회’란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 우리는 부산으로 가는 길에 수많은 초등학교에서 신세를 졌고, 읍사무소·도로공사·재활원·유통센타와 시민 운동장 등에서 쉬거나 묵었다. 몇몇 관계자분들의 도움으로 물을 얻고 장소를 빌릴 수 있었지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사회의 이면도 보게 됐다.
이번 여름방학동안 이화승마단은 기마국토대장정이라는 흔하지 않은 체험을 했다. 내년에는 보다 많은 이화인들이 이 진귀한 경험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 비록 이화인들이 직접 참여하진 않더라도, 올해보다는 조금 더 많은 관심과 응원으로 이화인 모두의 기마대장정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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