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연재 - 학교 앞 교육환경을 진단한다

‘여대’는 서럽다. 일반 사람들이 우리 학교에 대해 갖고 있는 ‘챠밍 스쿨’·‘사치스럽다’는 이미지, 더 나아가 이화로 대표되는 여성 전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옷가게가 즐비한 학교 앞 환경이 만들어 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더해 같은 신촌 지역의 대학 중에서도 유독 여대인 우리 학교 앞이 최적의 상권 형성 입지로 꼽혀 상업 시설이 집중해있다는 사실이 이런 인식을 부추기고 있다. 똑같이 퇴폐적인 환경을 갖고 있어도 그것이 남여공학일 경우 사람들은 그 대학 주변 환경을 곧바로 그 대학 학생들의 삶이나 인성과 연결짓지는 않는다.

이러한 외부의 인식은 우리 학교 학생들의 정체성 혼란까지 가져올 수 있다. 김혜숙 교수(철학 전공)는 “왜곡된 인식은 자기 정체성을 상실하게 한다”며 “이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침해”라고 설명한다.

앞으로 밀리오레 등 각종 대형 쇼핑몰이 속속들이 개장할 경우 교육환경 침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허나 이를 막아낼 방법은 법적 사회적으로 미비한 상태다.

우선 학교 보건법·보건위생법·건축관계법 등이 굳이 법으로 제한하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학교 주변에 건설이 불가능한 화장터와 같은 시설만을 제한하고 있어 실질적 방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사적 재산권을 우선시 하는 사회 인식도 걸림돌이다. 정문 앞 옷가게 주인 ㅊ씨(37세)는 “학교가 이기적으로 교육환경권을 운운하며 가게 영업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또 학교 보건법상 절대정화구역(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에 속하는 신촌민자역사에 밀리오레의 건설을 허용한 정부의 행정 처리도 같은 맥락이다.
도시의 계획 단계에 참여하는 ‘도시계획 위원회’의 구성도 대학 교수, 연구 기관의 연구자 등으로 이뤄져있어 사실상 주민과 비전문가는 도시 계획시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상태다.

그러나 역시 가장 큰 원인은 학교와 학생들의 인식 부재다. 김혜숙 교수는 “학교나 학생 모두 교육환경권 침해 문제에 대한 인식이 낮아 문제제기가 지속적이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환경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받을 경우 사전에 거절할 수 있는 권리, 이른바 ‘환경 이익의 부당침해 방지권’에 대한 개념이 없어 우리의 권리를 우리 스스로가 뿌리치고 있는 것이다.

홍익대 강준모 교수(도시계획학 전공)는 ‘신촌대학 주변환경의 개선방안’에서 학교 주변환경을 대학환경의 연장선에 놓여있다는 의미에서 ‘제 2의 캠퍼스’라고 표현했다. 이제 제 2의 캠퍼스를 학풍을 실은 개성있는 공간으로 만드느냐, 상업화에 찌든 공간으로 만드느냐는 바로 우리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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