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중진담
그러나 생각을 조금 바꿔보자. 대학을 하나의 ‘대학 사회’로 생각할 때 학내 자치단위의 위상은 시민단체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시민단체란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로 이뤄진, 기존의 권력·자본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정칟사회적 운동이다. 학내 자치단위 역시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 참여로 이뤄진 독립적 단체로 기존 담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학 사회의 변화를 꿈꾼다. 게다가 자치단위가 하는 역할은 기막히게 시민단체의 역할과 맞아 떨어진다.
현재 정치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대의제 민주주의는 다양한 사회세력의 참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극복 방안으로 시민단체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사회 각 분야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정치의 일방적 흐름을 견제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는 학내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일정 성향의 총학생회가 일년동안 학생들을 총괄하는 동안, 대학사회는 자칫 학생회의 일방적 담론만으로 흘러가기 쉽다. 이때 자치단위에 기대되는 역할은 거대 담론에 대해 문제의식을 제기·견제하는 것이다. 즉 자치단위의 여러 목소리로, 하나의 담론이 흐르는 대학 사회가 아닌 다양한 담론으로 가득찬 대학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문민정부 출범 후 정부의 시민단체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수 십개의 자발적 시민참여 단체가 생겨난 것처럼 이젠 대학사회에서 수 십개, 아니 수 백개의 자치단위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재기발랄하고 발칙한 젊은 담론들이 이화를 마구 두드리면 좋겠다. 그리고 이화가 변화했으면 한다. 조금 더 젊고 발랄하게.
박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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