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골 사람들

“제가 고등학생이라 학교 끝나고 가면 밤일텐데 괜찮으세요?” 9일(목) 오후7시30분 목소리만으로는 외국인임을 상상하기 힘든, 2005년 수시 1학기 국제학부에 합격한 이탈리아인 만가노 노에미씨(19세)를 만났다.
95년 8월 선교사인 부모님을 따라 부산에 첫 발을 내딛은 노에미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외국인 학교가 아닌 일반 한국 학교에 다녔다. 동화책을 읽으며 한국어 공부에 열중하던 그가 막상 학교에 가니 사투리라는 큰 난관에 부딪혔다. “불안한 마음에 한국어를 가르쳐 주던 교수님께 사투리를 알려달라고 졸랐지만 서울 출신이라 사투리를 잘 모르셨어요”라며 처음 사투리를 접했을 때의 고생담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7년이 지난 지금, 그는 부천에서 살고 있지만 부산 친구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사투리가 나올 정도로 한국어에 능숙해졌다.
노에미씨는 여느 한국 학생처럼 학창 시절의 기억에 남는 일로 컨닝을 꼽았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던 초등학교 5학년 시절, 노에미씨에게 시험은 큰 고민이었다. 유난히 자존심이 세서 낮은 점수를 받긴 싫어했던 그가 결국 선택한 방법은 컨닝이었다. 결과는 100점 만점에 35점. 후에 초등학교 선생님께 그 일에 대해 고백하니 “알고 있었지만 외국애가 글도 잘 모르면서 문제를 맞추겠다고 애쓰는게 안쓰러워 야단칠 수 없었다고 말씀하셨다”며 웃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그래도 전 이탈리아 사람이에요”라며 그는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와 한국의 경기에서는 당연히 이탈리아를 응원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뿌리가 이탈리아인이란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가족들은 지금도 집에서만은 이탈리아어를 쓰고 하루에 한 번은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다고 한다.
평소 이화여대의 명성과 이미지에 호감을 갖고 있었고 국제학부에 끌렸다는 그는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이탈리아 제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한국 제품을 이탈리아에 소개하는 광고·홍보와 국제무역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또 대학에 들어가면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외국어와 검도도 배워볼 생각이라며 앞으로의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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