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1일(화) 열린 대학혁신포럼에서 교육인적자원부가 국립대 통·폐합 및 연합, 대학정보 공시제 등의 내용을 담은 ‘대학구조개혁방안’을 내놓았다. 대학사회를 구조 조정해 수학능력 없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방지하고, 대학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획기적이라고 내놓은 이번 방안이 이전의 실패한 정책들과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냐는 데에는 의문이 든다. 벌써부터 대학가에서는 이번 개혁방안 역시 별 볼일 없으리라는, 기대 아닌 기대만 쏟아져나오고 있다.
우선 모집단위별 신입생 충원율과 교수 1명당 학생수, 취업률, 예·결산 내역 등을 반드시 공개토록 하는 대학정보 공시제가 눈에 띈다. 이는 학생·기업 등 대학 수요자가 학교 선택·평가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대학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보다는 고질적으로 이어져 온 대학 서열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또 학생 부족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규모 지방 대학의 경우 이 정책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학 간 통합으로 인한 구조조정이 결국 대학 조직의 축소와 인력감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 현실적으로 두 대학을 통합할 때 양쪽 학교에 같은 과목 전공 교수가 있는 경우, 교수 1인당 학생수를 줄이겠다는 의도와 달리 두 교수 중 한 명이 대학을 떠나게 될 수도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교육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가 개혁의 주목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쟁력 있는 학과를 중심으로 과감히 통폐합하다 보면 의학·경영 계열 등 인기학과만 살아남고 인문·자연과학 등 기초 학문이 사장될 위험도 있다. 대학이 백화점식으로 학과를 운영하지 않도록 힘쓰겠다는 시도 자체는 좋지만 기초 학문 육성에 대한 보다 철저한 배려가 필요하다.
물론 우리 대학사회의 생존을 위해 대학개혁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 사회의 동의 없이 정책을 결정한 후 뒤늦게 반발을 무마하는 식의 행정은 곤란하다. 대학의 목소리를 좀 더 귀담아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제 어쩔 수 없는 고육책이라며 변명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