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선호하는 아르바이트 중 하나는 카페에서의 서빙이다. 시간당 수당으로만 따진다면 과외가 가장 좋은 돈벌이겠지만 한번쯤은 직접 몸으로 뛰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것이다. 특히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에서 미소 지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종업원의 모습은 한껏 여유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지원의사를 밝힌 후 면접을 치르고 처음 보는 손님을 대하기까지, 이 아르바이트는 끊임없이 사람을 마주해야 하는 곤혹스러움의 연속이다.
도우미를 직접 선발, 교육하는 ‘민들레영토’ 신촌 신관 강은향 점장과 우리 학교 앞 ‘트리니티’에 지원, 실제 서빙을 해본 경험이 있는 최수진(중문·2)씨를 만나 그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민들레영토(민토)’ 신촌 신관 강은향 점장>
- ‘민들레영토’는 손님을 안내·서빙하는 도우미들의 외모가 출중한 것으로 유명한데,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선발하나요?
민토 도우미 선발은 본부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해요. 민토 CEO 지승룡 소장님이 직접 면접을 보고 각 지점 점장들도 참관하죠. 그만큼 사람을 뽑는데 사활을 거는 거예요. 서비스 업종이니만큼 주의하지 않으면 자칫 고객에게 누가 될 수 있어요. 사람들이 민토 도우미들은 모두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밝고 젊은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뽑는 기준도 건강한 신체와 밝은 인상, 성실성과 책임감이 드러나는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죠.
- 면접을 할 때, 좋은 기억에 남는 지원자와 영 아니다 싶은 지원자가 있었다면요?
서울대 법대를 휴학하고 도우미에 지원한 학생이 있었어요. 면접 시 항상 지원동기와 자기소개를 물어보는데, 지원동기를 묻자 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며 법률적인 서비스를 하고 싶다고 했죠. 도우미도 하나의 서비스면서 남을 섬기는 기초가 되기 때문에 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나중에 어려운 포지션을 맡겼는데도 생각보다 맡은 바를 훨씬 잘 수행했고, 유학가기 전 5개월만 하겠다더니 결국에는 11개월이나 일했죠.
나쁜 인상을 남긴 지원자가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행동은 생각나요. 간혹 옷을 단정하게 입고 오지 않거나 심지어 전 날 술을 많이 마셔 지친 상태에서 오기도 해요. 면접 도중 껌을 씹는 사람도 있고요. 면접관을 부드럽게 바로보지 않고 경계하며 날카롭게 쳐다보는 사람들은 분위기가 어두워 보여 뽑지 않죠. 손님들에게도 그렇게 보일 수 있으니까요.
- 민토는 지점이 많고 도우미 수도 많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손님을 대할 때 필요한 교육은 어떻게 하나요?
면접에 합격하면 본부에서 2일, 해당 지점에서 3일 동안 교육을 해요. 먼저 민토의 정신·철학 등을 알려 주죠. 그 후 복장, 태도 같은 기본적인 자세를 교육하고 고객의 요구사항에 맞는 서비스나 멘트에 대한 이론교육도 병행해요.
분기마다 모든 도우미를 대상으로 전체교육도 이뤄져요. 이 달의 모범 도우미를 선정해 실제 손님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주는 시청각 교육을 하죠. 세미나실·리필 등 각 담당 포지션 별로 손님들을 어떻게 안내하는지 연극으로 꾸미기도 해요. 손님들이 불평하거나 화재 같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 다양한 교육을 하죠. 도우미들끼리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 전체교육 후에는 회식을 해요.
- 민토에서 직접 손님을 대하는 도우미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손님들은 도우미를 통해 민토에 대한 이미지를 갖게 돼요. 그들의 미소, 상냥한 말투, 열심히 일하는 모습 등으로 그 이미지의 좋고 나쁨이 좌우되죠. 면접이나 교육이 철저히 이뤄지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그러다보니 도우미들이 최상의 상태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따로 실시해요. 홈페이지를 통해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감성마케팅을 실시하고, 단순 시간 노동이 아닌 공동체를 경험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하죠.


<‘트리니티(TRINITEA)’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본 최수진(중문·2)씨>
- 트리니티는 맛있는 음료와 예쁜 인테리어로 요즘 이대 앞 맛집멋집으로 손꼽히고 있는데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요?
마침 아르바이트생을 급하게 구하고 있어 운 좋게도 쉽게 들어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들어와서 보니 사람을 까다롭게 뽑더라고요. 이력서도 내야하고, 사장님과 면접도 보고요. 면접에선 나이부터 사는 곳, 하는 일, 언제까지 일 할 수 있는지를 꼼꼼히 물어보죠. 사장님이 깐깐하고 눈썰미가 있어서 그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성실성을 대번에 알아내요. 여대 앞에 있다보니 남자 아르바이트생을 뽑을 때는 외모도 보더라고요.
- 손님을 대하는 데 있어 특별히 받은 교육이 있나요?
사장님은 항상 ‘백조’처럼 일하라고 말씀하셨어요. 백조는 겉으로 보기에는 호수에 느긋하게 떠있는 것 같지만, 물 밑에서는 계속해서 발로 물장구를 치죠. 일을 할 때도 실제로는 밥 먹을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고 정신없었지만, 손님들한테는 느긋하고 여유 있게 보여야 했어요.
그 밖에 목소리에 대한 교정도 받고 손님을 대하는 멘트와 웃는 표정도 관리 받았죠. 손님한테 “좋은 시간 되세요~”라는 말을 해야 하고, 손님이 부르며 만사 제쳐두고 뛰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재떨이를 갈아야 하진 않는지 계속 체크해야 하고요. 걸을 때는 어깨를 피고 앞치마도 깨끗이 유지하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했어요.
- 손님을 대할 때 힘든 점은 없었나요?
워낙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 성격이라 어색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막말로 짜증나는 손님이 많을 땐 피곤하죠. 반말을 하고, 테이블을 지저분하게 하거나, 담배를 엄청 피워대는 손님 말이에요. 싫은 티를 낼 순 없고 뒤에서 다른 아르바이트생과 쑥덕여요. 사장님이 계실 땐 그러지도 못해요. 서빙이 겉으로는 편하고 분위기 있어 보이지만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우는 하나의 훈련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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