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필요 공감... 시기엔 의견 분분대학생

사회 전체에 재테크 열풍이 불면서 재테크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미래설계를 위한 바람직한 노력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학생의 본분과 어긋난다는 비판의 소리도 크다.
이대학보사 테마기획부는 대학생에게 돈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알아봄으로써 현 대학가의 재테크 붐을 진단하고자, 5명의 대학생과 좌담을 열었다. 이 날 자리에는 우리 학교 김지연(한국음악·2)씨·한양대 박탐나(국교·3)씨·연세대 장용수(경제·3)씨·우송대 조한준(경영·2)씨·한양대 최윤진(독문·2)씨(이상 가나다순)가 함께 했다. 특히, 조한준씨와 김지연씨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경제관련 까페 ‘경제시대~ 난, 솔직히 돈이 좋다’(cafe.daum.net/bjdj)·‘소심한 사람들의 재테크’(cafe.daum.net/fpkang)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주식·펀드 등의 재테크를 하고 있다.

­사회자: 먼저 대학생이 누구인가를 알아본 뒤에 우리에게 돈이 갖는 의미를 알아보자.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학생이란 어떤 모습인가.
­김지연(이하 김): 대학시절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다. 학과 공부나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 박탐나(이하 박): 내 생각도 그렇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진짜’ 자신의 모습을 결정하는 시기다.
­조한준(이하 조): 그것보다는 사회로 나가는 출발점에 서 있는 예비 직업인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대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사회로 던져지지 않는가.
­장용수(이하 장): 맞는 말이다. 대개 1,2학년은 놀고 3,4학년은 취업을 준비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3,4학년 때 미래를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저학년부터 미리 자신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놓아야 한다. 따라서 대학생의 본분은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본다.
­최윤진(이하 최): 하지만 대학생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막말로 놀고먹는 일도 대학생만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대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산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은 훗날의 나를 만드는 최고의 자산이다.
­사회자: 서로 생각하는 대학생의 위상이 다르다. 그렇다면 각자가 생각하는 대학생 상에서 돈은 어떤 가치를 갖나.
­김: 돈은 내 꿈과 가능성을 실현해가는 수단이다. 하다못해 토익시험도 응시료가 필요하지 않은가.
­박: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도 많다. 나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느끼는 기쁨은 돈으로 절대 환산할 수 없다.
­조: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고 싶은 일의 대부분은 돈을 필요로 한다. 맛있는 밥을 먹고 싶어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고 싶어도 돈이 들지 않나. 사람들이 왜 모두 부자를 꿈꾸겠는가.
­박: 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다. 실제로 주변에 일주일 내내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 앞서 말했듯 대학생은 앞으로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돈을 버느라 이 시기를 허비하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최: 나도 돈이 인생의 최고 가치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 그는 맨 처음 사람을 만날 때 사는 동네를 물어본다. 그리고 그 지역이 부촌이냐 아니냐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면서 한편으로는 부촌에 살지 않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긴다. 그 친구를 볼 때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자기 자신이 돈에 속박되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돈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돈 때문에 생겨나는 값진 경험도 있다. 고된 아르바이트 뒤에 월급을 받는 짜릿한 쾌감이나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낼 때 느끼는 뿌듯함은 돈에서 비롯된 기쁨 아닌가.
­장: 돈이 양면성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돈의 성격은 그것을 쓰는 인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돈 자체가 아니라 돈을 보는 대학생의 시각이다. 요즘 대학생은 돈을 신분계급장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 수입보다 많이 지출하거나, 지불할 능력도 없는 신용카드를 남발하는 것 모두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회자: 그렇다면 만약 자신이 하고 싶지만 수입이 적은 일과 별로 적성에 맞지는 않지만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김: 실제로 비슷한 갈등을 겪은 적이 있다. 그러다 생각해 낸 것이 미래에 내가 많은 돈을 벌지 못해도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미리 저축을 하자는 것이었다. 지금 내가 ‘아가들’이라고 부르는 여러 개의 통장에 열심히 돈을 모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최: 장용수씨의 말처럼 돈의 성격은 그것을 쓰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적은 돈으로 만족하면서 사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이른 바 ‘돈이 안 되는’ 일이지만 가난하다 해도 그 일을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장: 그건 좀 이상적인 것 같다. 내 경우는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면 해야 하는 일이 먼저다. 처음부터 무모하게 하고 싶은 일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의 범주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면 되지 않을까.
­조: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내가 처음 재테크를 시작한 것은 앞으로의 삶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돈을 버는 것은 어차피 누구나 해야 할 일이다. 돈을 벌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게다가 재테크라는 것은 단기간에 걸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긴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하고 공부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재테크를 시작하는 편이 좋다.
­사회자: 여기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김: 대학생은 재테크를 위한 종자돈을 모으는 시기라고 봐야할 것 같다. 그 과정 자체가 대학생이 돈에 대한 바른 생각과 태도를 갖게 하는 좋은 훈련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최: 나는 반대다. 대학에 다니는 4년 동안은 경제적인 문제에 구속받고 싶지 않다. 처음 대학생이 됐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용돈을 받는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하지만 내가 내 인생의 가장 귀중한 시간을 단순히 몇 천원을 벌기 위해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난 부모님께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이 내 스폰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공부하는 것, 그것이 대학생이지 않은가. 때문에 대학생의 재테크는 아직 시기상조라 생각한다.
­박: 나 역시 재테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은 다른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재테크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김: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내 행동 하나하나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이 내게 돈을 주는 대신 나는 어느 정도 그분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줘야할 의무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내가 원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돈은 직접 마련하고 있다. 그래야만 내가 진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장: 재테크의 개념에 대한 생각부터 전환할 필요가 있다. 몇 천, 몇 억씩의 대박을 터뜨리는 것만이 재테크는 아니다. 재테크는 일상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버터크림빵 대신 그보다 조금 싼 식빵을 먹고 나머지 돈을 저축한다면 그 역시 훌륭한 재테크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재테크는 수입과 지출을 꼼꼼히 체크하고 절약을 생활화하는 것 정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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