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상대를 꿈꾸는 각각 5명의 남녀를 어떻게 ‘조합’해야 모두가 불만을 갖거나 후회를 하지 않을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상적인 커플을 만드는 과정에 전산수학의 ‘알고리즘’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15일(수) 오후5시 포관 B152호에서 열린 ‘결혼 문제를 통해서 본 조합론과 전산수학’ 강연에서 김정한 박사가 알고리즘과 조합론이란 수학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예다.
우선 김정한 박사는 남녀 10명의 데이트 시나리오 구상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때 10명의 남녀가 각자 머릿 속에 마음에 드는 이성의 순서 목록을 만들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제 우리는 이들을 맺어줄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가장 좋다’의 정의를 내려야 한다. 바로 이것이 알고리즘의 시작이다. 알고리즘은 전산수학의 하나로, 어떤 문제의 해결법을 컴퓨터를 이용해 수학이론으로 표기한 것이다.

이어 1950년대 영화에서나 나왔을 법한 ‘구닥다리’ 데이트가 진행된다. 여러 남자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한 여자가 베란다에 우아하게 서있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남자들은 꽃다발을 든 채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를 바라본다. 여자는 그 중에서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러다가 마음의 결정이 내려지면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만 내일 다시 오라고 말하고, 나머지에게는 절대 오지 말라고 통보하며 정리를 시작한다.
버려진 남자들은 실패한 ‘짝짓기’에 굴하지 않고 2순위 여성에게 세레나데로 구애를 반복한다. 이런 알고리즘 과정을 거치다 보면 결국 각각의 남녀 모두가 자신의 상대를 찾는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그런데 이 방식은 자신이 원하는 대상에 도전할 수 있었던 남자들이, 그저 남자들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던 여성보다 더 ‘유리하다’.

김정한 박사는 “이는 직접 찾아갈 용기를 가진 자가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기에서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결과를 평가하기 전에 ‘유리하다’의 개념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는 “‘배우자 쟁탈전’에서 최후의 선택에 도달할 때까지 논리적 사고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이처럼 수학의 논리를 일상에서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험이 부족해 문제가 생겼을 때도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분석하면 올바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연에 참석한 최승희(수학·2)씨는 “수학을 결혼 등의 생활 문제에 직접적으로 접목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사회 현상을 수학으로 증명하는 과정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화인들에게 “답안지 작성을 위한 공부를 하지 말고 이론을 체화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정한 박사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의 유일한 한국인 수석연구원으로, 97년 미국수학회와 전산학회가 최고의 이론전산학 논문에 수여하는 풀커스(Fulcerson)상을 받은 바 있다. 현재 그가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분야는 확률론적 접근방법을 이용한조합론과 전산수학이다.

앞으로 그는 인터넷의 각 사이트를 꼭지점으로 보고, 한 사이트에서 다른 사이트로 이동하는 동선을 연결한 그래프인 랜덤그래프를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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