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가을을 재촉해 사색하기 좋은 계절이 되었구나.

나는 상대론과 우주론을 통해 자연을 구성하는 시간과 공간의 본질을 탐색하고 있단다. 특히 블랙홀을 비롯, 웜홀·타임머신 등의 물리적 성질과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 물리학에는 이처럼 첨단에 가까운 부분이 있는가 하면 전기전자처럼 생활 속에서 숨쉬는 물리학, 힘과 운동·빛과 파동 같이 삼라만상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물리학도 있단다. 이는 물리학이 아주 작은 소립자부터 거대한 우주의 비밀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는 학문이기 때문이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지난 7월 스티븐 호킹이 상대론 국제 학술회의에서 자신의 이론을 뒤집은 사건 뒷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할거야. 원래 블랙홀은 중력이 강해 뭐든지 삼키기만 하는 천체로 알려져 있었지. 그러던 중 1973년 호킹이 처음으로 블랙홀에서 열복사와 같은 형태의 에너지가 나온다는 이론을 제시해 많은 지지를 받았어. 이때 블랙홀로 정보가 들어가면 그것을 끝으로 정보가 없어진다는 정보분실(information loss)이 실제로 있는지 밝혀내는 게 그 동안의 중요한 화제였단다. 그런데 그가 블랙홀에서 정보가 나올 수도 있다고 발표해 이제까지 고수한 자신의 관점을 180도 바꾼거야.

이에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학자의 양심이라는 등 찬사가 이어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논문이 발표되지 않아 많은 학자들이 기다리고 있지.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연구실을 중심으로 10월, 12월에 이에 관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려고 해.

한편 호킹이 수정한 자신의 이론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할 때 나는 국제물리올림피아드 한국팀 단장으로 참석하고 있었지. 물리 영재들이 국제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두는 걸 직접 두 눈으로 보며 수년 동안 영재교육을 연구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어. 난 그 동안 물리 교육 연구실에서 영재 평갇영재교사연수·부모교육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왔어. 또한 교과교육연구소와 영재교육센터를 운영하기도 했지. 힘들지만 보람있어. 참된 영재교육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야.

이런 일은 여러 사람이 합력해야 한단다. 지난 20여년 간 이화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경험으로 볼 때, 우리 학생들은 물리학과 영재교육을 발전시킬 관심과 능력이 충분해.

이 좋은 가을, 밤 깊도록 많은 사색을 하길 바란다.

김성원 교수(과학교육학 전공)

 

 

◇필자인터뷰

지난 7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제35회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서 청소년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팀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대표단장을 맡아 이들을 이끈 숨은 주역이 바로 우리 학교 김성원 교수(과학교육학 전공)다. 그는 “실험 위주로 교육한 덕”이라며 “우리나라는 앞으로 실험의 중요성을 부각, 이론과 실험을 상호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원 교수는 이화인들에게 “대학 수업에서 교수들이 제시하는 문제를 푸는 것에 그치지 말고, 나아가 학문 본질에 대한 물음을 갖고 이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넓은 학문의 세계에서 눈을 크게 뜨고 전체를 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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