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된 것처럼 창작 활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는 예술치료. 이는 언어를 유일한 표현수단으로 사용하는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 최은영 교수(미술치료학 전공)는 “환자의 내면은 예술치료에서 더 솔직하게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 덕에 치료대상이 정서장애 아동에서 노인층까지 넓혀졌다. 

이에 따라 대학의 연구도 더욱 활기를 띄고 있다. 원광대 대학원 정동훈 교수(예술치료학 전공)는 “국내 대학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지 10년만에 19개 대학에 전공학과가 개설됐다”고 전했다.

 

▶ 약동하는 내 몸이 나를 말한다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김나영 교수(무용치료학 전공)는 무용치료를 “움직임으로 자기 자신과 나누는 대화”로 본다. 내담자(來談者, 상담자를 방문해 이야기하는 사람)의 다양한 동작을 통해 신체·심리상태를 파악, 치료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내담자는 동작을 고안하며 창의성을 기를 수 있다. 그는 “최근 대안학교·기숙학원에서 청소년의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무용치료를 도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여대는 ‘국제공인 동작분석사’ 이경희 교수(무용치료학 전공) 등의 연구가 활발해 무용치료학 중심지로 꼽힌다. 이곳은 정확한 무용처방을 위한 내담자의 동작 분석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전공 학생들은 1년짜리 과목 ‘동작관찰 및 분석’을 반드시 수강해야 한다.
또한 대학원 연구와 치료 간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바롬심리건강증진센터’를 설치, 운영 중이다.

 

▶ 선율에 흐르는 내 마음

선호하는 음악 장르나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까? 이는 음악치료사가 내담자의 심리상태를 진단할 때 실제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사물놀이 연주에서 소극적으로 악기를 다루는 사람은 실생활에서도 자신감이 부족한 편이다. 다른 예술치료법과 마찬가지로 음악치료의 진단·치료는 음악에서 시작해 음악으로 끝난다.
1997년에 개설된 우리 학교 교육대학원 음악치료교육학과는 집중력 향상법과 같은 교육방법을 음악치료에 접목해 연구하고 있다. 작년엔 국내 음악치료학과 중 유일하게 교육인적자원부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정서장애 아동의 교육과 치료를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교내에 ‘음악치료 클리닉’을 설치,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일반인들을 치료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음악치료를 받는 아동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음악치료 콘서트’를 매년 12월에 열고 있다. 정현주 교수(음악치료교육학 전공)는 “현재 졸업생 40여명이 음악치료사·대학원 음악치료학과 교수 등으로 활동 중”이라고 전했다.

 

▶ 책에서 내 안의 나를 읽는다

염정민(서울시 개포동·27세)씨는 우울할 때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열린책들,1999)를 읽으며 사회생활에서 상처받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본다.  이처럼 문학치료에서는 문학작품이 치료의 도구가 된다. 경북대 대학원 변학수 교수(문학치료학 전공)는 “기존의 독서치료와 시(詩)치료·영화치료 등 문학과 연관된 치료들을 모두 함께 묶어 문학치료로 불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학 대학원에는 올해 국내 최초로 문학치료학과가 개설됐다. 변학수 교수는 “아직 시작단계인 문학치료학을 위해 학회를 조직하는 한편, 문학치료사를 배출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치료 역시 학과를 개설한 학교가 많지 않다. 대부분 원광대 대학원 예술치료학과의 경우처럼 관련수업이 예술치료학 과목 중에 포함돼있을 뿐이다. 용인대 박미리 교수(연극학 전공)는 “연극치료의 과정에 필요한 집단 작업과 극적 상상력은 사회적 적응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그외의 예술치료법 

국내 최초로 미술치료학 석사 과정을 개설한 대구대 재활과학대학원 미술치료학과는 재활심리학에 미술치료를 접목하면서 유명해졌다. 또 매년 국내외 미술치료 전문가를 초청해 ‘국제 미술치료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최은영 교수는 “국가자격증 발급 등 미술치료사에 대한 법적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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