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001년부터 인터넷에 꾸준히 투자, 완벽한 방어벽 구축 후 단계적 개방할 것

김정일 위원장은 하루에 몇 시간씩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 러시아 방문 기간 중에도 밤마다 인터넷에 접속했다.’ 이는 포항공대 박찬모 총장이 러시아 관리로부터 전달받은 정보로, ‘남북 교류협력과 인터넷의 역할’이란 포럼 보고서의 내용 중 일부다. 인터넷에 대한 국가 지도자의 이같은 관심 덕분인지 북한은 결코 인터넷 황무지가 아니다. 북한의 인터넷 기술 수준이 형편없을 것이란 우리의 예상은 틀린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 북한의 인터넷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인터넷 상에서 남·북한이 만날 가능성은 희박한 것인지 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편집자>

‘외국에 직접 나가지 않고도 현지의 문화와 소식을 알 수 있는 인터넷. 하지만 북한만은 예외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발을 디딜 수 없는 북한은 온라인 상의 접근도 철저히 차단돼 있다. 북한과 우리나라 양측 모두 상대 국가의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도록 정부 차원에서 막아놨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학문적·사업적인 이유로 북한 사이트에 접속하려면 통일부 장관의 승인과 정보통신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비교적 접속이 자유롭다.

지난 8월 캐나다 벤쿠버에 머물렀던 연세대 노유철(사과·1)씨는 게임 사이트를 검색하다 북한에서 운영하는 바둑 사이트를 발견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북한 사이트를 검색했더니 북한의 은행과 대학교 홈페이지도 있었다”며 “모든 사이트에 국가의 체제와 원수를 찬양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사이트의 메뉴는 매우 간단했으며, 바탕은 주로 검정·파랑·빨강색이어서 매우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한다고 발표한 2001년부터 인터넷 기술 발전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이는 ‘컴퓨터 및 인터넷 분야 영재’를 따로 양성하고 있는 사실로도 증명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대외협력팀 김재연씨는 “북한의 인터넷 수준은 결코 세계 평균에 뒤쳐지지 않으며, 해킹 부대가 따로 활동할 만큼 해킹 실력도 뛰어나다”고 전했다.

북한은 인트라넷을 통해 주요 기관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전자우편도 주고 받고 있다. 단 외부와의 접촉이 가능한 인터넷은 철저히 차단한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사이트도 있다. 체제 홍보 및 오락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이다. 몇 달 전 우리나라 사람이 북한의 바둑·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통해 북한 사람과 게시판에서 얘기를 주고 받아 논란이 됐다. 그 바둑 사이트에서는 대국을 원하는 사람이 신청을 하면 원하는 날짜·시간에 북한 바둑 선수와 바둑을 두고 채팅도 할 수 있었다. 정부는 해당 사이트가 도박성을 띄어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서버 접근을 차단했다.

그러나 북한의 일반인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에서 PC방을 1시간 이용하는데는 약 10달러가 필요하다. 이는 북한 일반인들의 한달 월급이 28∼46달러에 그치는 것을 감안해 볼 때, 매우 비싼 값이다. 따라서 북한의 인터넷 사용자들은 극소수의 최상위층일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한편, 북한은 인터넷 IP나 도메인 주소를 할당하는 국제기구 아이캔(ICANN)으로 부터 ‘kp’라는 국가도메인을 부여받았다. 그러나 전 세계의 인터넷 관리를 담당하는 아이아나(IANA)의 발표에 따르면, ‘kp’도메인을 가진 웹사이트는 현재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아직 이 주소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 15일(수) 포항공대 박찬모 총장은 평양정보센터(PIC) 연구원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JongGI@pic.co.kp’라는 이메일주소를 소개하며 “북한이 이메일·웹사이트 주소로 kp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여진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북한은 드디어 인터넷 개방에 첫 발을 내딛는 셈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여러 인터넷 관련 사업체들은 북한에 도메인등록기술이나 서버설정기술 등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수 년 전부터 체계적으로 남북한 인터넷 통합을 추진해왔다. 이 사업은 남북한이 ‘통일 도메인’을 통해 남한의 ‘kr’과 북한의 ‘kp’를 ‘ko’로 통합하자는 것이다. 또 ‘통합인터넷정보센터’를 남북한 내부나 중국 연변·단둥 등 제3지점에 설립해 지속적으로 협력하는 방안도 있다.

ICANN 주소위원회 위원이자 한국인터넷진흥원 대외협력팀 팀장인 권현준씨는 “북한만 찬성하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구상한 남북한 인터넷 통합 사업을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가 도메인을 통합하면 기존의 주소‘kr’을 ‘ko’ 등으로 바꾸는데 2년 정도가 소요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 ‘kp’주소를 사용하지 않은 만큼 ‘kr’로 통일해도 좋을 것이라 예상했다.
북한과 우리나라의 인터넷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당장 양국 간의 인터넷 거리를 좁히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전산원 관계자는 “북한은 인터넷을 개방한 후 체제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매우 불안해 하고 있다”며 “자본주의 사상과 문화를 막을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한 후에야 단계적으로 인터넷을 허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가 소통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북한도 더 이상 우물 안에 갇혀있을 수만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사업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도 북한을 ‘인터넷 우물’에서 꺼내기 위한 고민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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