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떠나는 사람과 기다리는 사람이 함께하는 곳.애인을 만나러 가기 위해 서둘러 뒤돌아서는 한 여자(캐서린 제타존스)가 말한다.
"저 이제 갈께요."
어쩐지 그녀를 떠나보내는 게 아쉽기만 한 남자(톰 행크스)가 대답한다.
"전 여기 남을께요."
이 짧은 대화만 봐선 두 사람은 연인같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대화를 나눌 당시, 두 사람은 연인이 아니었다.

그들이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하는 터미널은, 마흔을 바라보면서도 이십 대의 미모를 자랑하는 승무원 아멜리아(캐서린 제타존스)에게는 언제나 비행을 위해 '떠나는 곳'이다. 하지만 빅터(톰 행크스)에게는 뉴욕을 구경하러 들어왔다가 자신의 나라가 없어지는 바람에  입국심사에서 탈락, 갇혀지낼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아멜리아와 빅터는 그렇게 다른 입장으로 터미널에서 만난다. 아주 가끔, 아주 잠깐씩 한 두 마디를 나누는 게 전부지만 그들 사이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뉴욕 공항에 도착했는데 졸지에 자신의 나라가 없어져 오도가도 못하는 빅터. 그는 짐 수레 정리하는 일을 하며 겨우 '버거킹' 버거 하나를 사 먹을 수 있는 신세다. 그런 그에게 아멜리아는 상냥하고 예쁜, 애인에게 바람맞고 투정하는 모습까지 사랑스러운 여자다. 아멜리아는 자신을 경제적으로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며 미모를 유지시켜줄 멋진 남자에게 매달린다. 유부남이며, 가끔 그녀를 속상하게 만드는 남자인데도 말이다. 둘은 그렇게 아이러니한 처지에서 각자가 처한 곤란한 상황을 털어놓고 위로받는다.
본처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과의 약속도 쉽게 깨뜨리는 남자를 만나러 가기 위해 늘 급하게 자리를 뜨는 아멜리아는, 그 날도 급하게 떠난다. 터미널이 아니고는 어디도 나갈 수 없어 터미널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대기실에서 잠을 자는 빅터는 답한다. '난 여기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인걸요.'......"전 여기 남을께요."
인생은 그들처럼 기다리고, 떠나고...또 다른 누군가는 떠나고, 기다리고...그렇게 다시 만나길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아마 스필버그가 이 영화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생은 기다림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란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인생은 기다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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