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프랑스어 구조와 활용」우수과제물

남자와 여자의 언어표현의 차이를 흔히 나타내는 말로 “남자는 허풍을 잘 떨고 여자는 내숭을 잘 떤다”고 한다. 왜 그럴까?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뇌 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뇌는 남성의 뇌보다 평균 11% 작지만 여성의 뇌가 더 정교하게 발달돼 있고, 정보를 처리하는 ‘회백질’이 더 크며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 ‘의사소통’을 돕는 신경다발도 훨씬 두껍다. 이 때문에 여자가 더 빨리 말을 배우고, 언어능력도 더 뛰어나다고 한다. 여자는 언어와 상징적 활동에 관계하는 부위의 두뇌활동이 왕성하기 때문에 추상작용과 언어 기능 등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일을 잘 하며, 대상에 대한 총체적 파악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순간의 대처를 잘 할 수 있다. 여자의 기억력이 남자보다 좋다는 사실도 언어사용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인다. 몽테뉴가 ‘기억력이 좋지 않은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가?

 

1. 남자의 허풍?

피아제가 언어의 후천적 습득설에서 사용한 ‘교육’이라는 말은 인위적인 가르침뿐 아니라 언어사용자가 속한 사회나 문화에서 얻는 경험을 말한다. 남자는 성장하면서 한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성공에 의한 ‘사회적 승인욕구’에서 비롯된 의식으로 자신을 우월하게 말하려는 자기현시욕적인 언어습관을 갖는다. 생 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에서 어린 왕자가 두 번째로 찾은 별의 허풍선이는 모두가 자신의 찬미자인 양 허풍을 떤다. 그의 허풍은 자신의 위치나 능력을 과장되게 말함으로써 듣는 이로부터 존경을 받으려는 의도를 갖는다. 이 허풍선이는 어쩌면 우리들 곁에 있는 남자들의 모습은 아닐까? 또 남자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에 대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갖는다. 이 콤플렉스가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원만히 해소되지 않을 경우, 남들과의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권위적이고 강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남자일수록 허풍이 심할 수 있다. 강하게 보여서 인정받고 싶은 불안 심리가 남자의 허풍을 가져오는 것이다.

 

MBC미니시리즈 ‘로망스’ 중에서 관우: 너만 짱이냐? 나도 짱이다. 넌 이 학교서만 짱이지? ①난 말야, 경상남·북도 부산 울산 대구광역시 2개 도와 3개 광역시를 통틀어 짱이었다!똘마니: 저, 정말이야? ②관우: 아직 그 소문은 못 들었나 보지? 서울로 전학온 관우와 이 학교에서 소위 ‘짱’으로 불리는 남학생의 대화 중 일부이다. 관우는 자신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허풍을 선택한다. ①의 ‘단언’이 지닌 발화매개적 행위는 ‘2개 도와 3개 광역시를 통틀어 짱이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고 ‘교내에서 짱일 뿐인 너는 나를 건드리지 말라’는 명령을 포함할 수 있다. ②의 ‘질문’은 대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명령’으로써 선행 발화에서 도출한 ‘함축적 명령(그러니깐 건드리지 마)’에 대한 수행을 더욱 강하게 전달한다. 이 때 부사 ‘아직’과 조사 ‘은’의 역할은 중요한데, ‘그 소문을 못 들었나 보지?’ 와 ‘아직 그 소문은 못 들었나 보지?’를 비교하자. 전자는 단순히 상대방에게 던지는 질문으로써, 수신자에게 함축적 명령에 대한 수행보다는 ‘예’, ‘아니오’의 대답을 요구한다. 반면 후자는 ‘아직’을 통해 수신자로 하여금 그 소문이 마치 발화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현재’에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정보’인 것처럼 느끼게 하여 발화자보다 적은 정보를 가진 수신자를 불안하게 하는 힘을 행사한다. 조사 ‘은’은 보조사 ‘만’의 기능을 함으로서 “모든 소문은 다 들었지만 내가 ‘짱’이었다는 그 소문만은 듣지 못해서 나를 건드리냐?”라는 위압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것은 수신자로 하여금 ‘날 건드리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는 함축된 ‘발화매개적 언어행위’를 갖는다.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여 사회적 인정 욕구를 만족시키려는 허풍의 예이다.

 

영화 ‘두사부일체’에서 김상두의 말 “이런! 우리 라스베가스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역시 어떤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자신이 ‘라스베가스에 있었다’는 전제를 그녀에게 새로운 정보로 주기 위함이다. 즉, 보편적 사실을 ‘전제’하면서 그 발화가 지닌 ‘암시’를 통해 능력을 과시하는 허풍의 예이다.

 

2. 여자의 내숭?

 최근 들어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여성스러움’을 갖춘 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여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이에 부응하기 위해 ‘내숭’을 떠는데, 과장이나 허풍으로 대표되는 남자의 언어와 대비하여 ‘내숭’은 여자의 특징적인 언어 표현으로 간주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성 역할 때문에 여자들은 좋아하면서도 싫은 척, 잘하면서도 못하는 척 내숭을 보이는 수가 많다. 특히 이런 여자의 ‘내숭’이 많은 남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적당한 내숭은 사랑을 부른다’라는 말이 있듯이 실제로 마음을 솔직히 표현하는 여자보다는 적절한 내숭을 섞어가며 적당히 자신을 감추는 여자를 남자들은 더 선호한다. ‘리액턴스 효과’이다.

 

이렇듯 사회·심리·문화적인 영향 아래서 성장한 여성들은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언어적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영화 ‘가문의 영광’중에서 보듯이 여자끼리 있으면 정말 잘 먹는 음식도 남자 앞에서는 ‘어~ 이거 못 먹어요...’ 등의 내숭을 떤다. 또 수동형 문화를 강요받고 성장한 여성들에게 있어서 ‘여성스러움’은 일종의 나약함으로 인식돼 남자와 함께 있을 때 벌레를 보면 여자는 ‘어머, 징그러워! 어떻게...’ 라는 말을 한다. 이 때 여자의 말은 단순히 ‘징그럽다’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는 벌레 징그러우니깐 네가 해결해 줘’라는 발화매개적 언어행위를 담고 있다.

 

따라서 수신자인 남자에게 자신의 연약함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에게 의지하고 있음을 발화를 통해 나타냄으로써 남자에게 우월감을 주어 남자의 보호와 사랑을 받으려는 목적을 갖는다. 사회 문화적 요인이 강요하는 ‘여성다움’을 실현하기 위해 여자는 자신의 언어 표현 능력을 남자의 입장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자의 언어 표현은 대화상대자의 영향을 받고 그의 반응에 따라 언어사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2002.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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