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 더위 속에서 남들 다 가는 여행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한 채 기자로써의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대학에서의 첫 방학을 학보사에 헌신했다.” 라고 하자면 양심에도 찔리고 민망스럽기도 하기에 그런 표현은 차마 적지 못하겠다. 그렇다면 나는 긴긴 방학 동안 무엇을 했나?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투덜거리고, 짜증내는 일이 많았다는 것.(그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_-;) 나는 왜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하면서 이것저것 핑계가 많았을까. 충분히 미리미리 해 놓을 수 있는 일이었음에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만만디 정신'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온갖 늑장을 부리다 허겁지겁 한 일이 다반사였고, 그로 인해 만만디 정신 옆에 소리 없이 붙어 있던 은근한 자만심이 자취를 감출 정도로 부끄러웠던 경우가 많았다. 그 와중에도 자기 합리화로 인해 온전한 반성의 시간은 갖지 못했지만 내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도 방학 중에 얻은 것이라면 얻은 것이다.

남들은 하기 어려운 귀중한 경험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거라는 자조를 위안삼아 교육을 마치고 보니 첫 신문 제작이 닥쳐왔다. 막상 내가 맡아야 할 기사가 주어지니 눈앞이 캄캄하고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까라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닦달하지 않고 괴롭히지 않는다면 만족은 못하더라도 부끄럽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고 매사에 임해야겠다.
피할 수 없다면 현재를 즐기자.
carpe d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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