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수능준비를 하던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생이란 말은 나에게 있어 마냥 좋고 가슴 설레이는 말이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대학생이 되고 난 후에는, 기자의 모습을 10년 넘게 동경해 온 나에게 '기자'란 말이 온 힘을 다해서라도 잡고 싶은 유일한 꿈이 됐다.
이대학보사 기자가 된 지금, 난 내가 그토록 열망했던 것들을 하나 둘씩 이루고 있다는 느낌에 새삼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 내 모습이 아직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기자의 모습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현재 이대학보사에서 기자란 이름으로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은 훗날 내 꿈을 이루는데 있어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예비수습이란 이름으로 생활한지 어언 2달이 돼간다. 처음 이대학보 수습기자 시험에 합격했을 때 부끄럽지만 내가 조금은 잘났다고,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을거라고 착각했었다. 하지만 오만했던 나의 착각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났다. 내가 얼마나 성실한 사람인지 알아볼 수 있는 신문 색인 과제부터 시작해 매일매일 진행되는 신문 상평, 각 부에서 내주는 오티과제 등에서 나의 부족함과 모자람이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잘하리란 나의 다짐은 어느새 그냥 중간만이라도 갔으면 좋겠다는 안일함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워낙 주변에서 학보사란 곳이 만만치 않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인지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들어왔지만...

이제 겨우 2달이 지났지만 난 참 많은 것을 얻고 배웠다. 시간 관리하는 법, 동기들과 선배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법, 내 자신을 참고 견뎌내는 법, 내 자신을 반성하는 법.
'짧다면 짧은 2달 내에 뭘 그렇게 배웠다고 참 거창하게도 말한다' 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예비수습이란 이름으로 생활했던 2달은 적어도 이화여대 안에서 공부하는 4년동안 큰 힘이 될 것 같다.
특히 매일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동기들과 수습엄마와 수습책상에서 상평했던 것과 세미나에 가서 2박 3일동안 나름대로 진지하게 주제를 가지고 토론했던 일은 학보사가 아니면 결코 할 수 없었던 일이었기에 나에겐 더 값진 시간이었다. 매일 신문 읽는 것이 귀찮아 신문을 읽지 않은 적도 있었고 세미나때는 지치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학보사에서 생활했던 2달 동안 벌써 한 번 '제대로' 울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나의 학보사 생활도 그리 순탄하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사정으로 동기 2명이 나갔을 때, 실전취재 연습 때 나의 실수로 선배에게 꾸지람을 들었을 때, 몸은 아픈데 내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때... 아주 세세한 것부터 말하자면 벌써부터 한도 끝도 없다. 그러나 힘들었던 적이 많았던 만큼 단단한 각오와 열의를 다시 한번 다져야겠단 생각이 든다.

처음 학보사를 지원한다고 했을 때, 잘 해보라며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 힘든 일을 왜 하려고 하냐며 걱정해 주는 사람들도 많았다. 학보사에 들어감과 동시에 내 대학생활 2년은 고스란히 학보사에 바쳐야 한다면서.
예비수습 때 울었던 것처럼 지금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나에게 너무 버겁게만 느껴져 지칠 때도 있겠지만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앞으로 2년 동안 내가 생활하게 될 나의 학보사 2년이 진정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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