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섬에서 살아가고 있어. 간혹 어떤 사람들은 섬을 옮겨. 그러나 물줄기를 따라가 보면 서로 다른 두 개의 섬도 결국 연결된 하나야”

영화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주인공의 독백처럼 혼자인 게 좋고 아무리 혼자 살 수 있다 해도, 우리는 결국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인간관계 속에서 언제나 존재하는 갈등은 사람과의 관계가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는 불편함·고민·스트레스를 당신은 어떻게 해결해 왔는가. 견딜 수 없이 힘들어도 단순히 참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하소연하는 것만으로 넘어가진 않았는가. 혹시 혼자 앓는 것에 지쳤다면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것도 효율적인 회복제가 될 수 있다.

어떤 상담과정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심리상담·심리검사·감수성 훈련 등을 우리 문화에 맞게 연구·개발·교육하고 있다는 ‘한겨레심리상담센터’를 찾아 인간관계 상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들어봤다.

이곳에서는 8∼15명이 참여하는 ‘구조화’·‘비구조화’된 인간관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인간관계훈련1급전문가(상담심리전문가)인 한겨레심리상담센터 강숙정 소장은 “가족·동료 등 주변인과의 관계에서 심리적 불편을 겪는 사람들이 찾아와 상담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구조화된 인간관계프로그램’은 감정·가치관·말투 등 사람에게 나타나는 다양한 모습을 의사소통·공감대 형성·가치관 등의 항목으로 분류한다. 참여자들은 각 항목에 따라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쓰고 발표한다. 주로 청소년·아동이 참여하고 기업체·교사연수 등에서 실시한다.

‘비구조화된 인간관계프로그램’은 특별히 항목을 나누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서로 자유롭게 대화하면서 자신에게 어떤 감정이 생기는지, 자신의 말이 상대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등을 파악한다. 상대방 말의 ‘내용’이 아닌 그 이면에 있는 ‘감정’을 알아내, 말의 의도를 헤아리는 공감대화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런 자연스런 상담을 통해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친다. “말할 때 찡그리고 얘기한다”“좀 더 가치관을 열었으면 좋겠다”“이런 말투는 상대방이 상처받을 수 있다” 등 서로에게 자유롭고 솔직하게 조언하면서 자신도 모르던 자신에 대해 알게된다. 강숙정 소장은 “참가자들이 처음에는 문제점을 지적받고 당황하지만 차츰 수용하고,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며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상대방의 습관을 지적하는 다른 참여자들도 주저하고 어색해 하기는 마찬가지나, 그 과정에서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한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관계 상담을 받는 것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란 인식을 갖는다. 그러나 강숙정 소장은 “문제가 있어 상담을 받는다는 인식은 깨져야 한다”며 “상담을 통해 자신을 더 성장시킬 수 있고 인간관계를 넓고 돈독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실 문을 두드릴 용기만 있다면 문제의 반은 해결된 것입니다.”란 한겨레상담센터의 소개글 처럼 이제 사람들과의 문제를 혼자 고민하지 말고 다른 이들과 함께 풀어보는건 어떨까. 좀 더 편안해진 자신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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