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莊子)의 「장자」

KBS 성우 안소연(국문·92년 졸) 선배

스무 살 언저리, 첫사랑에 실패한 전 매일매일이 눈물이었습니다. 그 때, 나비가 된 꿈을 꾼 뒤 “내가 꿈에서 나비가 됐는지 나비가 꿈을 꿔 지금의 내가 됐는지 알 수 없다”고 말씀하신 장자를 만났습니다.

저는 「장자」의 이야기 33편을 통해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 후엔 두렵거나 고통스러울 게 없었고 소중한 가치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었죠. 자연스럽게 삶을 받아들이라는 말씀은 얼마나 아름답던지. 하지만 무위자연 사상을 곡해해 게을러지고, 치열해지지 못하는 몹쓸 병을 앓기도 했습니다. 이는 장자를 표피적으로만 알았기 때문입니다.

앎이란 게 그렇습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자전거가 넘어지려는 쪽으로 손잡이를 꺾으란 말을 듣지만 막상 비틀거리는 순간엔 반대쪽으로 꺾다 고꾸라집니다. 머리만 알고 몸이 모르기 때문입니다.

모든 깨달음은 이와 같습니다. 읽거나 들어서 아는 것은 몸으로 부딪혀야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됩니다. 그러니 장자가 주창한 절대자유에 이르려면 치열하게 날갯짓 해야겠죠. 지금 삶이 힘겨운 친구들은 장자가 주는 위안을 만나보길 바랍니다.

안소연 선배는 대학 시절 ‘국문극회’활동에서 열중의 소중함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는 “흥미가 곧 재능이니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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