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된 중남미문학 출간
편향된 중남미문학 출간
  • 채라다 기자
  • 승인 2004.09.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양한 작품 발간으로 출판계 폭 넓혀야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의 소설적 기반인 중남미 문학은 출판계의 외면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중남미 문학 작품 「거미여인의 키스」(민음사,2000)를 번역한 울산대학교 송병선 교수(스페인 중남미학 전공)의 말이다.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집계한 결과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문학동네,2001)는 8월30일까지 무려 11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독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송병선 교수는 “독자들은 우리 문학에서 목말라하던 환상성을 그의 작품에서 찾는다”며 “이는 중남미 문학 자체에 대한 관심은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주)교보문고 북마스터 최정옥씨는 “이런 현상은 출판계의 다양성을 위협할 뿐 아니라 독자들이 다양한 작품을 접할 기회를 차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문제는 이미 작년 단국대 일반대학원 고미진씨(서어서문학 석사과정)의 논문에서 제기된 바 있다. 이전에도 우리 출판계는 노벨문학상 수상자(「백년동안의 고독」,1982)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 출간에만 열을 올린 적이 있다. 고미진씨는 “중남미 문학 전공자와 중남미 문학 독자가 늘었지만 프랑스·독일 문학 등에 비해 번역의 전문화는 여전히 더디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중남미 문학은 다른 외국문학과 비교했을 때 발간되는 서적의 양이 적은 편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집계 결과 지난해 발간된 영미문학은 총 776종·일본문학은 349종이다. 그에 비해 중남미 문학은 특별한 분류 없이 총 122종이 발간된 기타 문학에 속해 있어 발간된 총 작품수조차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지난해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을 포함, 중남미 문학작품을 두 권 출간한 (주)민음사는 “민음사에서 출간한 문학 작품 중 중남미 문학 작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5% 정도”라고 설명했다. 파울로 코엘료 작품을 독점 출판하고 있는 (주)문학동네 역시 지난해 「악마와 미스 프랭」을 포함, 두 권의 중남미 문학작품을 출간하는데 그쳤다.

송병선 교수는 중남미 문학 작품 발간이 활발해지면 출판계를 주도하는 흐름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문학동네 최정수 해외물팀장은 “우리 출판계가 일본 문학 작품을 활발히 출간하고 있는 것처럼 독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부흥해 중남미 문학이 더 많이 소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중남미 문학이란?
중남미 문학을 말할 때면 반드시 ‘아버지 죽이기’란 개념이 등장한다. 이는 중남미 문학이 아버지로 여겨 본보기로 삼았던 서구의 리얼리즘 문학을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환상주의·실험주의적인 문학을 만들어낸 것을 말한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후 에스파냐·포르투갈에 지배를 받았던 중앙·남아메리카 멕시코 등의 중남미 문학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스페인·포르투갈 문학과 달리 저항적이면서 다양한 주제를 통해 세계 문학계에 붐(Boom)을 일으켰다. 대표적인 작가로 「픽션들」(민음사,1996)을 쓴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백년동안의 고독」(민음사,2000)을 쓴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