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서 쓰는 편지] 에이지붐 시대의 도전
[연구실에서 쓰는 편지] 에이지붐 시대의 도전
  • 채라다 기자
  • 승인 2004.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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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남 교수(사회학 전공)

에이즈(AIDS) 문제를 연구하는 한 교수님이 최근에 나온 나의 책 「에이지붐 시대(기사 하단 ◇주 참조)」(이대출판부, 2004)를 에이즈에 관련된 내용인 줄 알고 얼른 사서 읽으셨다고 해요. 물론 의료보건사회학을 전공하는 내게 에이즈 문제는 매우 중요한 관심사 중의 하나죠. 하지만 인구의 노령화 현상이 가져올 에이지붐 시대의 문제가 더 시급합니다. 왜냐하면 어떤 특정집단이나 소수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직면할 사회경제적 도전이고, 오늘날 지구촌 모든 국가가 당면한 과제이기 때문이죠.

오늘날에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모든 나라가 인구 노령화와 더불어 제기된 여러 사회문제를 경험하고 있어요. 더구나 지금은 100세 장수시대의 도래가 눈 앞에 와 있죠. 특히 우리나라는 요즘 빠른 인구 노령화의 추이와 더불어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등 나이와 관련한 신종어들이 익숙하게 오르내리면서 청년층에서도 자신의 노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전후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년기를 보낼 에이지붐 시대는 인구노령화로 경제 부담이 더욱 증대될 겁니다. 특히 이들은 풍요로운 경제와 사회의 민주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개인을 희생하기보다는 권리를 요구하는데 익숙한 세대죠. 사회역사적 고난 속에서 국가 경제와 자녀 뒷바라지에 전념하고, 가족과 국가를 위해 희생한 현재의 노인들과는 매우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요.

더구나 이들은 출산율 저하로 인한 소가족화 및 여성의 사회참여 증대 등으로 새로운 가족관계의 정립이 요청되는 사회 환경을 경험하고 있죠. 대가족주의가 무너져 핵가족 중심의 가정을 이뤄가는 추세나, 자녀 없이 홀로 사는 노인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징후의 소산입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와 그 이후에 나타날 미래 노년 세대는 생활 곳곳 깊숙이 스며있는 정보화와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제 기준)’를 추구하고, 선진복지국가의 사회복지 모델을 지향할 거에요. 즉 이들은 노후를 가족이나 개인보다는 국가나 사회의 책임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국가나 사회에 대한 이들의 요구 또한 크게 증폭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죠. 압축적 근대화의 혁명을 경험한 한국사회가 이제 21세기 전반의 ‘압축적 노령화’란 또 다른 미지의 거대한 혁명적 변화를 경험하면서, ‘에이지붐 시대’란 전례 없는 새로운 도전의 물결을 맞게 될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주: '에이지붐(Age Boom) 시대’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에 진입했을 때, ‘100세 장수 시대’란 말이 나올 정도로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시대를 말한다. 따라서 ‘에이지붐 세대’는 향후 10∼20년 내에 노인이 되는 우리나라 장년층을 가리킨다. 이 개념은 이 글을 쓴 우리 학교 조성남 교수(사회학 전공)가 최근 저서 「에이지붐 시대」에서 처음으로 제시했다.

 

◇필자인터뷰

조성남 교수는 노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가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령 아이가 노인에게서 예절을 배운다면 노인은 육아를 통해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생산적 노화’, 즉 은퇴한 노인들의 적극적인 사회활동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독거 노인 등 세부 노인층의 특성에 맞추지 않고, 획일적으로 노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정책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성남 교수는 “노인이 된 부모가 겪는 문제는 우리들 자신과 각 가정에 영향을 주는, 모든 계층의 문제”라며 이화인의 관심을 촉구했다.
현재 그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고령 사회와 정보화 사회의 신 효(孝)문화 연구’에 참여 중이며 한국사회학회 국제이사·한국보건사회학회 부회장·국제지구촌학회 한국지부 회장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