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서정철 명예교수(불문학 전공)·김인환(전 불어불문학과 교수)씨 부부 인터뷰

"‘일본해’가 아닌 ‘동해’라고 써 있는 것 보이죠?”

‘European의 상상 Corea꼬레아’전에서 만난 한국외대 서정철 명예교수(불어학 전공)·김인환(전 불어불문학과 교수)씨 부부가 18세기 초 프랑스에서 제작한 신아시아 지도에 쓰인 ‘MER ORIENTALE(동해)’라는 표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서정철·김인환 교수 부부는 서양인들이 그린 동아시아의 고지도를 모은 이번 전시회에 156점의 고지도를 기증했다. 30여년에 걸쳐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모은 지도들이다.

교수 부부의 수집활동은 서정철 교수가 40여년 전 프랑스를 여행할 당시, 베르사유궁 루이14세 응접실에서 동해라고 표기된 지도를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 “난 중요한 지도라고 생각했는데 지도를 본 일부 사학자들이 연구할 가치가 있겠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더군요.” 그 때 지도의 가치를 증명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여러 지도와 책들을 사들이는 가운데 점차 수집활동이 확대된 것이다.

지도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도 많다. “지도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폴란드의 한 지도상과 식사 때도 놓쳐가며 실갱이를 하기도 했죠.” 서정철 교수는 값비싼 지도값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나중엔 동업자들에게 15%를 할인해주는 제도를 이용, 한국의 지도상인 척 하기 위해 위장명함까지 만드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했다. 김인환 교수는 버스에서 깜박 잠 들었다가 지도를 버스 선반에 놓고 내린 적이 있었다. 버스가 돌아올 때까지 파리에서 일주일이나 기다려 가까스로 되찾은 그 때의 지도가 ‘독도는 한국의 영역임’이라고 명기해 독도문제의 실마리가 되는 ‘삼국총도’다.

이 밖에도 교수 부부가 기증한 지도 중에는 만주 남쪽이 우리 나라 영토에 포함돼 있는 ‘조선왕국전도’ 등 현재 역사왜곡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들이 많다. 동해의 표기문제만 봐도 오늘날 해외에서 제작된 지도들이 거의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한 반면, 전시된 고지도들에는 모두 ‘동해’또는 ‘한국해’로 표기돼 있다. 현재 역사왜곡 분쟁에 대한 ‘항변’을 고지도가 해주고 있는 셈이다. 김인환 교수는 “이 고지도들을 잘 활용하면 독도 영유권·동해의 국제적 표기·간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국경문제 등의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시된 지도들은 서양 사람들이 제3자의 입장에서 그린 객관적인 지도라는 점에서 그 사료적 가치가 더욱 크다.

한편 엄청난 정보력과 자금력으로 고지도를 사들여 역사왜곡을 위한 걸림돌을 제거하고 있는 일본에 비해, 우리 정부의 고지도 수집이나 활용은 전무한 실정이다.
김인환 교수는 “일본정부는 고지도·고서 수집에 예산을 책정하고 로비도 해서 국가 차원으로 사들이는데 우리 나라는 고지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며 “고지도에 대한 국가차원의 관심과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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