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홍보력 부족으로 각국에 왜곡된 한국자료 난무… 정부는 대책없어

대한민국은 왜 자꾸 왜곡되는가?



멕시코의 한 교과서에서 우리나라는 공산국가며 백인종이 살고 있는 나라다. 영국의 대영 박물관은 우리나라를 동남아시아 국가로 분류한다. 세계적인 여행사이트 ‘론리플래닛(www.lonelyplanet.com)’은 우리나라를 ‘예방접종이 필요한 말라리아·장티푸스 위험국’으로 소개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 사이트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우리 속담을 인용, 우리나라를 새우에 비유한다…

세계 속에 기록된 한국의 모습이다. 우리에겐 ‘88서울올림픽’과 ‘2002월드컵’을 모두 성공적으로 치뤄낸 한국, 수십년동안 급성장을 일궈낸 한국이지만 전세계에 퍼져있는 한국에 대한 빈약하고 왜곡된 자료들을 보면 ‘진짜 한국’이 세계 속에 존재하는 지조차 의심스럽다.

‘있지만 없는’ 한국은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왜곡 문제에 있어서도 약자가 되기 쉽다. ‘동해 표기 문제’만 하더라도 유엔(UN)은 물론 미국 CNN방송과 CIA, 내셔널 지오그래피사 등 세계 유명 언론과 정부기관까지도 동해를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하고 있다.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곳들의 상황이 이러하니 이곳에서 자료를 받아 쓰는 수많은 기관과 사이트들은 오죽할까. 이대로가면 ‘동해’임이 아무리 분명한 사실이라도, 세계에서 ‘동해’가 영영 사라지는 일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모습이 잘못 알려지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이 발빠르지 못한 이유는 일차적으로 정부의 부실한 홍보력과 정보 부족 때문이다.

일본은 자국에 불리한 외교적 정보가 수집되면 바로 일본 외무성으로 전달, 그 정보의 발원지에 즉각적으로 압력을 가한다. 반면 우리나라 국가홍보처는 어떤 사안이 발생하면 그것이 쟁점화된 후에야 뒤늦게 팀을 구성해 해결에 나선다. 그러나 급조된 팀도 전문적인 전담팀이 아니라 기존업무에 추가적으로 일을 ‘얹어놓는’식이 많아 전문적이고 일관적인 사업추진은 사실상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동해 표기 문제 해결방안에 있어서도 국정홍보처 측은 “국가편찬위에 대응자료 제작을 부탁해 ‘일본해’라고 기록된 야후, CNN 등 해외 13개 사이트에 곧 정정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할 뿐이다.

동해문제가 불거진 지 몇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대응자료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정부의 대응력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동북공정 관련 외교업무를 맡고 있는 외교통상부 동북아팀은 “외교부 차원에서 따로 만든 팀은 없다”고 밝혀 역사왜곡 수정에 관한 인식 자체의 부족을 드러냈다. 중국이 국가의 관할 아래 수십년간 동북공정 사업을 추진해온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국가 간 공식적 자리를 통한 역사왜곡 문제 협상시, 정부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또한 문제다. 우리 학교 남궁곤 교수(정치외교학 전공)는 “우리나라는 국력이 약해 외교력 싸움에서 제시할 카드가 거의 없는 상태”라며 현재 우리나라 외교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일본처럼 국익을 매개로 다른 나라에 압력을 넣을 건더기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 바로잡기와 이에 따른 이미지 재고는 오히려 민간인 단체에서 그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민간 외교사절단으로 불리는 ‘반크(www.prkorea.com)’는 회원들이 외국사이트나 단체에서 발견되는 한국에 대한 오류를 사이트에 올리면 그 곳에 항의서한을 보내는 형식으로 현재 300건 이상의 오류를 시정했다.


8평 남짓한 공간에서 10명 내외의 인원이 이처럼 큰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까닭은 소규모일지라도 전문적인 팀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인터넷이란 매개를 통해 네티즌의 영향력을 이용, 오류를 수집·시정한 데 있다.

강대국들의 알력행사로 공식협상에도 실패한데다 단기적·비전문적인 팀구성에만 급급하고 있는 정부. 민간단체를 보조해주진 못할 망정 정부의 능력이 더 뒤떨어져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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