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학보는 ‘환경운동연합·환경을생각하는전국교사모임’과 함께 지난 8월4일(수)∼15일(금) DMZ를 다녀왔다. 12일 동안의 DMZ내 전 지역 생태조사를 통해 DMZ의 현 모습과 생태현장을 생생히 담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 DMZ. 아직 완전한 모습이 드러나지 않은 이곳은 그 이름만으로도 환상과 신비감을 심어 주기에 충분하다.

8월4일(수)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DMZ는 기대한 모습과는 달리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번 공사는 남북 간의 소통창구를 만드는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준비하는 통일은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에 석연치 않다.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DMZ

강원도 양구군 두타연(금강산에서 흘러내린 수입천의 지류)은 맑고 찬 물에서만 산다는 ‘열목어(연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각종 개발 사업과 남획 등에 의해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의 서식지며 ‘아까시 원시림’이 자생하는 곳이다.

그런데 두타연 입구에서 예상치 못한 관광객 80여명을 만났다. 관광객을 인솔하던 문화유산해설사 이창순씨는 “이곳은 지난해 6월1일 일반인에게 개방돼 지금까지 1만5천여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두타연이 개방된 이후 하류에는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가 떠내려 가고 있다.

대암산(강원도 인제군·양구군에 위치한 해안분지 최남단의 산) 정상부에 위치한 용늪(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지역은 1년 중 2/3 이상 안개가 낀다. 짙은 안개를 헤치며 늪으로 걸어 들어가자 거대한 규모의 용늪이 모습을 드러냈다. 늪이라기 보다는 마치 키 작은 식물이 가득한 풀밭 같다. 동행한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황호섭 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용늪은 큰 용늪과 작은 용늪으로 이뤄져 있는데 작은용늪의 경우 이미 육지화 됐다”고 한다. 늪 가운데에 인공적인 둑이 만들어지고 여름철 많은 양의 토사가 흘러 내리면서 늪의 면적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메마름 현상으로 인해 바닥의 끈끈이주걱 등이 말라죽고, 늪이 아닌 곳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용늪을 침투하고 있다.

파괴의 위험은 한강·임진강 하구에도 나타났다. 한강·임진강 하구는 해수와 담수가 교차하는 곳으로 염생식물(소금기가 많은 땅에서 자라는 식물)인 새섬매자기와 바다와 인접한 습한 곳에서 사는 말똥게가 발견된다. 하지만 90년대 ‘자유로’가 건설되고 최근 ‘일산대교’가 착공되면서 한강·임진강 하구 생태계는 다양성을 잃어가고 있다.

사람의 간섭으로 인해 훼손되는 생태계를 보니 “흙 한줌이 만들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인간은 잠깐 왔다가면서도 너무 많은 것을 파괴하고 간다”는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최김수진 간사의 말이 머릿 속에 떠오른다.

▷그래도 생명은 살아있다

8월5일(목) 4륜 구동 4대가 일반 버스로는 오르기 힘든 험한 길을 따라 사천리로 향했다. 산지·습지·해안식생이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식물상을 형성하고 있는 DMZ 동부 산악지역은 잔대·흰물봉선·마타리·달맞이꽃·동자꽃 등 수십종의 야생식물이 자생하는 곳이다.

사천리 군 초소 앞 남방한계선을 따라 DMZ를 둘러보기로 했다. 3중으로 친 철책 너머의 DMZ는 자연스러운 산과 강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앞서가던 인솔 장교는 “남방한계선 부근에서는 멧돼지·고라니를 쉽게 볼 수 있고 산양도 본 적이 있다”고 한다.

간조시 드러나는 한강·임진강 하구의 넓은 모래톱은 백로·왜가리·해오라기와 같은 야생 조류의 번식지다. 열흘째 되던 날 한강 하구 DMZ에서 어린 황로 한 마리를 만났다. 사람의 인기척에 예민한 다른 새들과는 달리 이 어린 녀석은 낯선 사람의 등장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40분쯤 시간이 흘렀을까. 철책 안으로 군인 2명이 들어오자 황로는 잠시 하늘로 날아갔다가 멀지 않은 모래톱 위에 내려 앉는다.

한편 강화도 선두리 갯벌에는 저어새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저어새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번식하는 멸종위기 종이라고 하니 개발과 파괴의 위험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 숨쉬는 DMZ의 생명이 무척이나 고맙고 반갑다.

▷DMZ 생태계 보존해야

12일간 DMZ를 보고 느끼면서 ‘개발과 보존’이란 원론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여전히 DMZ 내에 토지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DMZ를 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하자는 주장도 있어 두 개의 가치는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DMZ 생태계는 동아시아 전체의 생태축”이라는 환경운동연합 DMZ특위 김경원 위원의 말처럼 DMZ가 갖고 있는 생태적 가치는 매우 높다. 남북을 오가는 새들의 중요한 기착지며 산양을 비롯한 야생동물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DMZ는 멸종위기에 놓인 한반도 생명체의 유일한 보금자리다.

동해 고성부터 서해 교동도에 이르는 DMZ 248㎞. 지난 50년간 철책으로 인해 가로막힌 이곳의 생태계는 댐과 다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또 다시 단절되고 있다. 인간을 피해 DMZ로 숨어들었던 야생동물들은 이제 더 이상 숨을 곳도 피할 곳도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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