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열풍 효과없어… 지속적 노력 필요

밤 11시, 인적 없는 골목길. 누군가 내 뒤를 쫓고있다. 수상하단 생각에 걸음을 빨리하자 등 뒤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진다. 놀란 마음에 걸음을 재촉하다 그만 넘어지고, 발소리의 주인공과 눈이 마주친다. 비명을 지르자 나를 주먹으로 때리는 그. 비명 소리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는 재빨리 달아나 버린다.

이는 동덕여대 윤이나(경영·3)씨가 지난 7월 서울 마포구에서 실제로 경험한 일이다. 다행히 큰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그 날의 아찔했던 경험은 윤씨에게 아직 두려움으로 남아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비슷한 사건이 곳곳에서 터진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 최근 여성 대상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여성의 사회적 활동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전 서울지검 특수부 김정옥 수사관은 “밖에서 밤 늦게까지 활동하는 여성이 많아 이들을 노린 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많아지면서 여성들의 신변에 대한 불안도 날로 증폭되고 있다. 작년 한국성폭력위기센터가 딸을 둔 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4%가 ‘딸이 성폭행 당할까봐 걱정된다’고 답했다. 또 99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범죄에 대한 일반적 두려움 정도를 묻는 문항에서 여성의 절반 이상인 53.2%가 ‘두렵다’고 응답했다. 남성 응답자가 17%인 것과 비교하면 여성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에 더 불안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여성의 불안 심리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을 유발, 호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2002년 개설한 우리 학교 ‘호신의 이론과 실제’강의는 매 학기 정원에 가까운 인원이 신청하는 등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는 호신술로 신변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려는 사람이 많음을 반증해준다. 호신술 뿐 아니라 호신용품의 인기도 급부상하고 있다. 호신용 스프레이를 제조하는 한국퍼스널디펜스 측은 “7~8월에는 매출이 이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며 호신용품이 주목받고 있음을 전했다.

하지만 경호관련업체 KOSSES 인재개발팀 조삼세 과장은 “호신용품이나 경호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관련 범죄가 보도될 때만 빗발친다”며 호신의 인기가 일시적임을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목동점의 문화센터는 ‘유영철 살인사건’직후 고객들의 요구로 호신술 강좌를 개설했다. 하지만 강좌를 준비하는 몇 주 동안 이미 관심이 사그러들어, 정작 강좌를 실시했을 때는 수강생 부족으로 결국 폐강했다.

전문가들은 호신술이든 호신용품이든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호신의 이론과 실제’를 강의하는 김갑수 교수(운동생화학·건강관리 전공)는 “호신은 거창한 게 아니라 지속적인 운동 속에 자연스레 이뤄지는 것”이라고 호신의 일상화를 강조했다. 넘어질 때 안 아픈 부위로 넘어지기 위해 몸을 비트는 낙법도 호신이라고 볼 수 있는 것처럼, 꼭 무술이나 기구 사용이 아니더라도 호신은 일상의 여러 상황과 결부된다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호신을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한호신술협회는 범인에게 손목을 잡힌 상황에서 손목을 바깥으로 살짝만 비틀어도 풀려날 수 있는 방법 등 비교적 쉬운 호신술을 정리해 단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대한호신술협회 조우상 상임이사는 “호신법을 안다는 자체만으로도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되고 실제 상황에서 덜 당황하게 된다”며 호신술 교육의 효과를 설명했다.

호신용품도 발전을 거듭해 호루라기·삼단봉·가스총 등 그 종류가 다양하다. 누르면 경보음이 울리는 전자호루라기와 액체분사기는 휴대가 간편해 수요가 많은 반면, 가스총이나 전자충격기는 소지하기 위한 법적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아직은 수요가 적은 편이다. 한 전문가는 “실제 상황에서 가장 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호루라기”라며 밤 늦게 다닐 때는 호루라기를 휴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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