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연일 보도되는 사건사고를 접하면서도 남의 일이라며 안일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범죄는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데이트 강간·택시 납칟엘리베이터 속 괴한 등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세 가지 상황을 통해 범죄인들의 심리와 그에 맞는 대처방법을 알아봤다.

# 어느 날 그가

작년에 학원에서 어떤 오빠를 만나 사귀게 됐어요. 사귀기 전에 오빠가 동의없이 제게 키스를 한 적이 있는데 저는 오빠가 저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계속 만났거든요. 그런데 나중에는 성폭행까지 당했어요. 한국성폭력상담소(www.sisters.or.kr) 온라인상담 게시판 ID 미성년자(21세)

위 사례와 같은 데이트 강간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성범죄 중 하나다. 성범죄자들은 대개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데이트 강간은 자기합리화가 정점에 달한 예다. 범죄인들은 데이트 상대가 자신과 성관계를 맺길 원한다고 생각해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는다. 여성이 명백한 거부 의사를 밝혀도 ‘튕긴다’고만 여기는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하 성범죄는 특성상 시간·장소와 같은 분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일단 “이건 아닌 것 같아” 은 “이 장소는 적합하지 않아”등의 말로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그가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게되면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히 쐐기를 박아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성기를 걷어차거나 욕을 하는 등의 방법이 최선책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그러나 자아도취에 빠져있는 성범죄자는 상대가 격렬하게 거부하면 그를 무력으로 제압하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폭력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 불법 택시에 탔다면

밤 11시경 집에 가려고 탔던 택시가 뭔가 이상했어요. 외관은 일반 택시였는데 타고 보니 미터기의 기본요금도 틀리고 기사등록증도 없었죠. 불안한 마음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차에서 내렸어요. 다른 택시 기사에게 물어보니 불법택시라고 하더군요. 얼마 후에 제가 탔던 것과 비슷한 택시가 경기도 인근에서 여성을 납치했다는 말을 듣고 등골이 오싹해졌어요. 이소원씨(24세)

예전부터 택시를 이용한 강도·납치 사건이 많은 이유는 택시 안이 밀폐돼있기 때문이다. 택시는 도로 위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기동성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바깥에서 내부의 상황을 알아채기 힘들다는 특성도 있다. 따라서 목격자나 방해물이 없는 택시는 범죄인들에게 최상의 장소다.


아하 택시 안에서 위기 상황이 닥쳤을 경우 피해자는 전적으로 차를 운전하는 범죄인의 통제 하에 있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납치범에게 복종해야 한다. “당신을 이해해요”라는 말을 자주해서 격앙된 납치범의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것도 잊지 말자. 특히 납치는 사건 발생 1시간 동안이 중요하다. 범인은 이 시간 동안의 인상으로 인질의 생존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한편 납치범과 얘기하는 중간 중간 눈치껏 상점간판·표지판 등을 통해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것도 필요하다.

# 엘리베이터 안에서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였어요. 밤 늦게 독서실에서 돌아와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탔죠. 그런데 그 때 같이 탔던 남자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마자 칼을 꺼내들었어요. 김혜림씨(가명·21세)


문이 닫히는 순간 완벽한 밀실로 변하는 엘리베이터 역시 범죄의 온상이 되기 쉽다. 엘리베이터에 나타나는 괴한은 피해자를 끌고 건물 밖으로 나가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옥상을 범행 장소로 선택한다. 따라서 그 전까지 건물 밖으로 탈출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하 이 상황에서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모두 눌러놓는 것이 좋다. 일단 버튼을 눌러놓으면 엘리베이터 문이 계속 열리므로 그 때 재빨리 도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소리를 질러서라도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다만 괴한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므로 뒤로 물러서는 척하면서 몸으로 버튼을 누르는 재치도 필요하다.

도움말: 경찰대학교 행정학과 이웅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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