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배꼽 위·아래의 신체적 특징으로 남자·여자를 구분한다. 그러나 누구나 가지고 있는 비슷한 모양의 배꼽은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없다. 이러한 배꼽을 바라보는 눈으로 남녀의 이분법에 도전하는 여성 예술가들의 축제 ‘젠더 크리에이티브 페스티벌 No.0 맹랑한 배꼽들, 놀까? 놀자 놀자!’가 13일(월)∼26일(일) 대학로 연우 소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페스티벌은 젊은 여성 예술가들이 자신의 끼와 상상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될 전망이다. 빨간·파란·노란·녹색·하얀 배꼽으로 나뉘는 연극과 무용공연은 여성에 대한 다양한 주제와 소재로 제작됐다. 따라서 다양한 관객들의 참여로 ‘여성문화’가 성장하는 발판이 될 수 있을거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행사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막 행사 ‘여는배꼽’은 즉흥연극집단 ‘다시보기’ 여성 예술가들이 관객의 경험을 직접 담아내는 즉흥극 형태의 ‘플레이백 씨어터(Playback Theater)’로 이뤄진다. ‘다시보기’의 엄옥란씨는 “관객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연극으로 재현된다”고 설명했다. 또 노란 배꼽 ‘젊은 어멍 먹은 늙은 딸년 얘기’를 연출한 최여림씨는 “배우들은 관객들과 놀고 관객들은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연극”이라고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이 연극에는 늙어 병든 어머니와 젊고 건강한 딸이 아닌, 젊고 건강한 어멍과 늙고 병든 딸이 등장해 어머니의 시선에서 느끼는 ‘어머니’를 말한다.

기존 공연에 새로움을 꾀하는 시도도 있다. 하얀 배꼽 ‘여자, 다리를 벌린다’는 클래식 발레에 식상해진 관객들과 새로운 움직임에 호기심을 느끼는 관객들을 위한 무용 공연이다. 적당히 몸을 드러내고 항상 다리를 벌리는 발레리나는 조신한 전통적 여자와는 상반되면서도, 연약한 여성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이 공연은 여성적 부드러움을 존중하면서도 깨어있는 여성의 당참을 담아, 자유로운 움직임을 추구한다.

폐막행사 ‘닫는 배꼽’에서는 여성학자 문현아씨와 여성주의 저널기자 김윤은미씨 등 6명이 모여 여자들의 이야기로 수다를 떤다. 그 밖에 행사장 주변에서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여성예술가 100인의 사진과 인터뷰 중 일부를 담은 ‘연극판을 달리는 여자 얼굴 100개’를 전시한다. 또한 여성 미술인의 설치 작품들로 꾸며진 ‘배꼽외전’도 함께 보여줄 예정이다.

페스티벌이 ‘No.1’이 아니라 ‘No.0’인 이유는 여성 예술가들이 성장하기 힘든 현실을 반영한 탓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여성문화예술기획 최은주씨는 “‘1’에서 출발하기 힘든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제 1회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자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