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디 다큐페스티벌 열려… 각국 문화·역사 교류의 장 될 듯

이번 가을은 다채로운 다큐멘터리 축제로 ‘화씨 911’(마이클무어 감독·2004) 보다 더 뜨거워질 예정이다.

그 첫 주자인 EBS(교육방송)는 30일(월)~9월5일(월) 공중파·EBS스페이스에 ‘다큐멘터리 전용상영관’을 마련한다. ‘제1회 국제다큐페스티벌’을 개최, 오전10시35분~다음날 새벽2시 세계 30여개국 다큐멘터리 118편을 방영하고 오프라인상영회·감독포럼·기획사진전 등을 여는 것.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가 프로그램 편성을 일주일 내내 다큐멘터리에만 할애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다큐멘터리는 1983년부터 공중파 방송에 등장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다큐멘터리는 이른 아침이나 심야에 편성돼 시청률이 연예·오락 프로그램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파병·수도이전·올림픽판정시비 문제 등으로 혼란스러운 우리 사회에 다큐멘터리는 진실을 고민하고 추구할 수 있는 좋은 통로다. 이에 대해 EBS 고석만 사장은 “TV에서 방영되는 한 편의 좋은 오락물은 한 순간을 즐겁게 하지만 한 편의 좋은 다큐멘터리는 일생을 바꿀 수도 있다”며 이번 국제다큐페스티벌의 취지를 밝혔다.

‘도약하는 아시아, 그 현재를 바라보다’가 슬로건인 국제다큐페스티벌은 아시아 전반의 도시·교육·노인·역사·테러 문제 등을 다룬 작품을 방영한다. 개막작인 ‘주부의 얼음땡’(2004)은 한국 전업주부들의 독특한 모습을 한국계 미국인 감독 크리스틴 초이가 풀어놓은 작품이다. 이 외에도 이스라엘 폭탄테러사건을 다룬 ‘넘버 17’(데이비드 오펙감독·2003), 웃음을 치료·교습법으로 여기는 인도 뭄바이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인도의 폭소클럽’(미라네어 감독·1999) 등 아시아의 생생한 현실이 녹아있는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정수웅·전형태·한긍수·김소영·안해룡 등 우리나라 감독들의 다큐멘터리 작품도 소개한다. ‘왠지 작은 찻잔과 밥그릇’(이정화 감독·2003)은 남편의 밥그릇 보다 작은 아내의 밥그릇을 통해 왜곡된 남녀관계를 재밌게 들춰낸다.

EBS 국제다큐페스티벌의 바톤을 이어 10월28일∼11월2일에는 국내에서 유일한 독립다큐멘터리 축제 ‘인디다큐페스티벌’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인디다큐페스티벌 사무국장 홍수영씨는 이번 행사에 대해 “한국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국내외에 알리고 해외 다큐멘터리의 최근 경향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소개했다. 또 숨어 있는 독립다큐멘터리 감독 발굴을 위해 9월9일∼27일 영화제(www.sidof.org)·한국독립영화협회(www.kifv.org) 홈페이지에서 국내 신작 다큐멘터리를 공모하기도 한다.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이나 전문 영화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각국의 다큐멘터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다큐제작을 활성화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 다큐멘터리 비평’(나남·2004) 저자 동덕여대 최양묵 교수(방송연예 전공)는 “올바른 진실을 필름에 담는 다큐멘터리의 근본정신처럼 앞으로 열릴 축제들을 통해 이라크전쟁·역사분쟁 등에 대한 진실의 교류도 활발해 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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