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밴드·프리유어북·사이버 의병 등 분야 다양해

온라인 운동, 오프라인과 소통한다


난 7월 말, 중국의 대표 언론사인 인민일보와 중국외교부의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다운됐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우리 역사 바로알기 시민연대(www.historyworld.org)가 조직한 ‘사이버 의병’들. 각 가정마다 연결된 초고속 인터넷,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네트워크가 그들의 무기다. 이 사이버 공격에 참여한 김종현씨(29세)는 “인터넷이 없었다면 중국에게 우리의 의지를 강력하게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의병’과 버 의병’과 같이 온라인을 이용한 사회·문화 운동이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60∼80년대 독재로 인해 주춤했던 사회 운동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인터넷 환경이라는 새로운 대안을 찾은 셈이다. 연세대 백원광 초빙교수(심리학 전공)는 “다른 나라에 비해 사이버 공간이 발달한 만큼 온라인 운동 역시 대중문화·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온라인 운동의 대표적인 예로는 ‘따뜻밴드(netculture.or.kr)’·‘번역으로 세상을 바꿔봐(번세바, cafe.daum.net/worldngo)’ 등을 들 수 있다. ‘따뜻밴드’는 인터넷에 난무하는 욕설과 비방을 퇴치해 따뜻한 인터넷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한 온라인 운동이다. 2001년 이후 현재까지 800여개의 사이트·블로그가 ‘따뜻밴드 배너달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카넬리안’이라는 ID를 쓰는 한 참가자는 “피상적이고 기계적이기 쉬운 온라인 공간에 인간의 온기를 불어넣어주고 싶어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번세바’는 인터넷이나 외국 언론·서적에 실린 시민사회·운동소식을 번역해 ‘함께하는 시민행동(www.ww.or.kr)’의 시민운동정보채널 코너에 제공한다.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은 최근 이 모임에서 번역한 ‘미국의 전자정부 로드맵’ 온라인 기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정보화 실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온라인 운동은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쉽게 만날 수 있어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 비용과 시간을 적게 들이면서도 많은 지지자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운동에 비해 현장감은 떨어진다. 사이버문화연구소 민경배 연구원은 “온라인 운동만으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므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운동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외국에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운동을 동시에 추진해 시너지 효과를 얻고 있다. 온라인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미국의 ‘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EFF, www.eff..org)’와 대학생들의 정치압력단체 ‘캠퍼스 그린보트(www.grrn.org)’는 대표적인 온라인 운동 단체다. ‘EFF’는 웹진을 통해 활동 성과를 알리고 개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을 지속적으로 전달한다. 오프라인에서는 매년 학자·관료·네티즌들이 모여 토론하는 자리를 갖는다.

유럽에서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홍보에 주력하고 오프라인에서 본 행사를 여는 형태로 운동이 진행된다. ‘당신의 책에게 자유를’이란 모토로 활동하는‘프리유어북’은 지난 5월 한달동안 피렌체의 지하철 역에서 시와 헌책방의 도움을 받아 행사를 벌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으로 일석이조를 노리는 시도가 늘고 있다. 역사 지킴이 사이버 외교관 ‘반크(www.prkorea.com)’는 2001년 11월부터 한국 바로 알리기 민간기획단을 세우고 세계 학교에 우리나라 우표·엽서·지도 를 보내며 오프라인으로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온라인 무궁화 캐릭터, 무궁화 배너 달기 운동을 벌여 무궁화를 온라인에서 알리는 ‘무궁나라(www.mugungnara.com)’는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오는 2007년 오프라인에서 무궁화 동산을 만들 계획이다. ‘프리유어북(www.freeyourbook.com)’ 역시 지난 5월 ‘한겨레21’의 지원을 얻어 광주 금남로에서 책 나눠보기 운동을 펼쳤다. 운영자 이정식씨는 “유럽이나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프리유어북’ 캠페인은 온라인에서 더 활성화됐다”며 “하지만 사이트 운영과 홍보 측면에서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온라인 운동의 지속성과 오프라인 운동이 가지는 현장성의 결합은 온라인 운동의 청사진이다. 이에 정부와 사람들의 관심이 더해진다면 그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다. 덕성여대 김종길 교수(사회학 전공)는 “유럽이나 미국은 정부 또는 시 차원에서 운동단체의 오프라인 활동을 지원한다”며 “우리나라도 이렇게 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운동의 경계가 점차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