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채팅을 즐겨하는 ㅁ(정외·2)씨는 미국인 P씨와 채팅방에서 만나 메신저 주소를 주고 받았다. 어느 날 P씨는 웹캠(webcam, 컴퓨터카메라)을 틀어 ㅁ씨에게 말도 없이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었다. 깜짝 놀란 ㅁ씨는 메신저 주소록에서 P씨의 주소를 삭제했다. 채팅 사이트를 종종 이용한다는 ㅂ(법학·2)씨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채팅을 하고 있으면 종종 모르는 남자로부터 쪽지가 도착한다. 쪽지의 내용은 ‘나랑 즐거운 시간 어때?’·‘오늘 밤 나랑 함께 할래?’부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얘기들까지 가지각색이다. ㅂ씨는 밀려드는 쪽지를 견디다 못해 결국 채팅 창을 닫고 말았다.

사이버 성폭력은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이나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로, 사이버 성희롱·스토킹·명예훼손 등이 이에 속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사이버 성폭력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에 따르면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상담 건수는 2001년 60건, 2002년 95건, 2003년 12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90년대에는 PC통신 채팅방에서 사이버 성폭력이 주로 일어났다면 2000년대에는 메신저나 게임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 성폭력상담소 상담원 권주희씨는 “게임을 통해 채팅하다 남성이 여성에게 지면 남성은 성적인 욕설을 한다”며 “여성에게 졌다는 심리적인 압박을 사이버 성폭력이란 새로운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성폭력은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실감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사이버명예훼손 성폭력분쟁조정센터 김미라 상담원은 “사이버 성폭력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의 양상보다 그 정도가 더 심하다”며 “사람들이 사이버 성폭력을 사적인 일이라고 여기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사이버 공간을 현실과 다르게 생각해 현실에서 드러내지 못하는 성적 욕망을 사이버 공간에서 표출한다. 여성민우회 신이찬희 상담부장은 “사이버 공간 특유의 익명성·일회성으로 사람들은 자신을 드러낼 필요가 없어지고 자신이 한 욕설에 대해서도 스스로 죄의식을 느끼지 않게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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