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스포츠지에 월 1억원 주기로…사실상 독점

KT의 정보통신 자회사 KTH가 만든 ‘파란닷컴(www.paran.com)’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업계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까? 파란닷컴은 지난 7월17일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5개 스포츠 신문사(굿데이·스포츠서울·스포츠조선·스포츠투데이·일간스포츠)의 뉴스 콘텐츠를 거의 독점 제공받기로 계약했다.

계약서에 ‘독젼이란 단어가 사용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의 5개 스포츠 신문사들이 다른 포털 사이트에 기사를 제공할 경우에는 파란닷컴과 미리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사실상 파란닷컴이 스포츠·연예 기사를 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다음(Daum), 네이버(NAVER) 등 기존 포털 사이트들이 스포츠 신문사에 월 1천∼1천500만원의 사용료를 낸 것에 비해 파란닷컴은 약 1억원을 지불하기로 약속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계약에 대해 업계에서는 스포츠 신문사의 경영난 해소 목적과 포털 사이트계를 평정하려는 파란닷컴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그간 스포츠 신문 노동조합은 ‘스포츠지와 대형 포털 사이트 파란닷컴의 계약을 규탄한다’ 는 회견을 몇 차례 벌여왔다. 익명을 부탁한 한 스포츠 신문사 기자는 “파란닷컴과의 계약은 신문사 경영진들끼리의 합의”라며 “일선 기자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다”고 밝혔다. 평소 스포츠 신문 기자들과 교류가 많은 한 프로덕션의 실장은 “파란닷컴 관련자들은 스포츠지와 파란닷컴의 계약건에 대해 말하길 꺼린다”고 전했다. 경영진의 결정 사항에 반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가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란닷컴의 홍보 대행사 ‘프레인’ 컨설턴트 김정오씨는 “스포츠 신문사 내의 의견충돌은 정리된 것으로 안다”며 “5개 스포츠지와 파란닷컴의 계약은 잘 이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포털 사이트들은 5개 스포츠 신문사와 거래하지 않아도 서비스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다음(Daum) 뉴스 컨텐츠 담당자는 “계약이 끝난 다른 스포츠 신문사 대신 다양한 언론 매체에서 콘텐츠를 제공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다음(Daum)은 일간스포츠 등에서 기사를 공급받고 있다. 네이버도 스포츠투데이·노컷뉴스 등을 통해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다. 야후(YAHOO) 관계자는 “자체적인 기사 공급 시스템은 없지만 서비스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비교적 여유를 보였다.

웹사이트 조사업체 코리안클릭은 8월24일자 사이트 주간 방문자 집계를 통해 파란닷컴의 순방문자수 순위가 오픈 약 1달만에 22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고 발표했다. 이에 우리 학교 차희원 교수(광고홍보학 전공)는 “경쟁 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앞으로도 여러 변수가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영화계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배우 백윤식씨의 이색적인 광고를 선보인 파란닷컴. 그 거대한 투자금과 기획 규모가 업계 선두라는 성공을 불러올 수 있을지 파란닷컴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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