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철부지 '법대 아줌마' 오은주(법학·3)씨

“저 아직 철이 덜 들었어요”라며 생글생글 웃는 오은주(법학·3)씨. 금혼학칙 폐지와 함께 늦깎이 대학생이 된 그는 지난 학기 학생복지센터가 주최한 ‘Fun Free Friday’ 행사에서 화려한 춤 솜씨를 뽐내며 이화인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법대 아줌마’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사춘기 소녀같은 그를 만났다.

­76학번으로 재입학했는데 학교를 그만뒀던 이유는 무엇인가.

2학년을 마치고 다음 해 결혼을 했다. 사실 학교를 그만둘 당시에는 ‘결혼’보다는 ‘적성’때문이라는 이유가 더 컸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변호사였던 이태영 박사처럼 되고 싶어서 법학과를 택했지만 문학을 좋아했던 내 적성과 맞지 않았다. 학교를 그만둔다는 결정을 하고 나서 당사자인 나는 마음이 무척 즐거웠는데 고향인 제주도에서 가족들과 친구들이 몰려와 걱정하며 열심히 말리던 기억이 난다.

­재입학을 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는가.

작년에 금혼학칙이 폐지됐다는 뉴스를 보고 남편이 재입학을 권했다. 집안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피곤하지만, 학점을 잘 받아야겠다는 욕심을 버려서 마음은 편안하다. 스물 한 살때 ‘창작과 비평’사에 글을 낸 후부터 꾸준히 글을 써왔지만 정식으로 문학 공부를 할 기회가 없었다. 이제 체계적으로 현대문학을 공부해보고 싶다.

­28년 전과 지금 이화의 모습이 많이 다른가.

예전에는 학생 수가 적어서 학생들이 교수님들과 무척 친하게 지냈는데 그런 문화가 많이 사라진 것 같아서 아쉽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은 훨씬 많아진 것 같지만 수업시간은 너무 조용하고 활기가 없다. 분위기를 살려보려고 이주일 흉내도 내고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학교를 걷다 보면 우울한 표정을 띈 이화인도 많이 보이는데 씩씩하게 대학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정문에 이색적인 자보를 썼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컴퓨터 끌 것·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치울 것’이라는 내용으로 자보를 썼다. 눈에 띄게 하려고 드라큘라 그림도 함께 그렸다. 오랜만에 학교를 다시 다니게 되서 그런지 학교 곳곳의 문제점을 발견하면 너무 안타깝다. 학교 행정의 문제도 있지만 학생들도 스스로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이 자기 일이라 생각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것이다.

졸업까지 남은 1년동안 특별한 계획이 있는가.

나이 들어 다시 대학 생활을 한다는 것도 내게는 기적이다. 짜여진 시간표에 따라 움직이기 보다는 날씨가 좋으면 산책도 하고, 수업에 집중이 안될 것 같은 날에는 학교 밖 나들이도 하면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싶다.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지난 3년 동안 약초나 들꽃을 수집하며 지은 시가 있는데 좀 더 모아서 시집을 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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