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보다 더 재밌게 한국말을 잘 한다는 불문과 파스칼 그로트 교수.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돈 주세요”라며 부리부리한 눈을 동그랗게 뜬다. 당황하며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대답이 무색하게 “그걸로 안되는데?”라며 개구진 표정을 짓더니 금방 농담이라며 시원스레 웃는다. 친구같이 다정한 파스칼 그로트 교수에게서 ‘한국 생활기’를 들어봤다.

­한국에 온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자유를 찾아서. 이건 농담이고 대학 때 한국어를 복수전공했다. 지금은 박사과정인데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아서 잠깐 왔다가, 벌여놓은 일도 많고 아내도 한국인이라 10년째 살고 있다. 지금은 한국이 오히려 프랑스보다 더 편하다. 내게 고향같은 곳이다.

한국인 아내는 어떻게 만났는가.

 대학 3학년 때 한국인 남자친구를 알게됐다. 그 친구를 따라 프랑스의 코리아타운 같은 곳인 한국문화원에서 탈춤을 배웠다. 그 때 북을 치던 여학생이 유난히 눈에 띄었는데 그녀가 지금의 내 아내다. 집안 어른들의 반대도 많았지만 우리는 결국 ‘북치다가 결혼했다’. 나를 그 곳에 데려간 한국인 남자친구는 처남이 됐다. 아내는 일 때문에 바빠서 우리집은 아내가 ‘바깥양반’이고 내가 ‘집사람’일만큼 집안 일은 거의 내가 한다. 음식하는 것도 재미있다. ­

한국말을 너무 잘해서 생겼던 재밌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외국어 교재를 파는 사람이 우리집에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영어 교재를 소개했는데 내가 “불어권에 관심이 많다”니까 불어 교재를 권했다. 속 장난을 치다가 “사실은 내가 프랑스 사람이다”라고 말했더니 그 사람은 안 믿는다면서 불어를 해보라고 했다. 불어도 말했는데 끝까지 안 믿다가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한국에서의 문화 생활은 어떤가.

프랑스에서는 춤을 잘 춰야 되는데 한국에서는 노래를 잘 불러야 사회생활이 즐겁다고 들었다. 트로트를 좋아해서 ‘갈무리’를 즐겨 부르고, 가수는 ‘이현우’를 좋아한다. 영화도 즐겨보는데 ‘수취인불명·인터뷰’ 같은 영화는 내가 불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이번 깐느 영화제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한국영화의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예상한다.

­이화에 어떤 교수로 남고 싶은가.

기회가 된다면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한국 근대사를 강의하고 싶다. 못 알려진 한국 역사를 바로 잡고 싶다는 욕심이다. 조건이 된다면 통역도 가르치고 싶다. 화에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학생들이 정말 많다. 국에 얼마나 더 머물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오래 머물지 않을까. 가능하면 한국에, 이화에 오래오래 있고 싶다.

저작권자 © 이대학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