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련스님(특수대학원 사회복지학 전공 석사과정 1학기)

바랑대신 검은 가방을 한 쪽으로 매고 회색 승복 차림으로 강의실에 들어서는 스님의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조금은 낯설다.

“스님이라고 모두 산 속에서 참선하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대학 다니면서 공부도 열심히 한다”는 고련스님(특수대학원 사회복지학 전공 석사과정 1학기). 나이를 물어보자 “그냥 많아요. 원래 스님들이 실제보다 열 살은 어려보이죠”라며 웃어넘기는 그는 올해 입학한 대학원 새내기다.

­기독교 학교에서 스님이 수업을 들으니 학생들이 궁금해 한다. 어떤 계기로 오게 됐는가.

스님들은 출가를 하면 스님들이 다니는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전통강원’에서 4년 동안 단체생활을 한다. 그 후 난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왔다. 자기수행을 한 후 중생구제를 하는 것이 내 임무인데 이론을 중심으로 공부하다 보니 실천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공부와 포교 활동에 도움이 되는 사회복지학을 택했고, 사회복지학의 역사가 깊고 유명하다기에 이대로 오게 됐다.

­채플 등에 대해 꺼려지거나 불편한 점은 없는가.

대학원생은 채플을 듣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불편한 점은 없다. 난 기독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오히려 예배시간을 통해 색다른 종교를 접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스님이라고 해서 굳이 종교에 벽을 두고 싶지도 않고 신경쓰지도 않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신기하게 보는 것 같다. 기독교 신자인 학생들도 친절하게 대해주고 수업 시간에 본 학생들이 인사를 잘해줘서 꺼려지는 것도, 불편한 것도 없다.

­스님들도 성적에 신경을 많이 쓰나.

일반 학과는 물론 불교학과에서도 스님들에게 상대평가가 적용되기 때문에 당연히 다들 열심히 공부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대학생활을 학습의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스님들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천천히 오래 공부하는 자기수행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학점 자체에 의미를 두진 않는다. 그래서 대학원도 많이 다니고 유학을 가기도 한다. 공부하는 분야도 불교 뿐만이 아니라 경제·철학·문학 등 다양하다.

­절 생활과 학교 생활을 병행하기는 힘들지 않은가.

수업이 3과목이기 때문에 특별히 힘들지는 않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저녁 예불과 기도에 참석하는 것 이외에는 학교에서 수업도 듣고 밤늦게까지 공부도 한다. 보통 산 속에 있는 절에선 자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학생이기 때문에 어른 스님들이 배려를 많이 해준다. 또 절에도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컴퓨터로 레포트를 작성한다. 불교에서 교와 선의 병행이 중요한 만큼 대중적인 문화나 생활에도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안다면, 내 생활을 신기해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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